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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 주변 지역에서 저질 밀조주를 마신 주민 28명이 잇따라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5일 일간 콤파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 한 주간 남부 자카르타와 동부 자카르타, 드폭, 브카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최소 28명이 중독 증상을 보이다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사망자들은 예외없이 길거리 가판대에서 파는 밀조주를 사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에선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지만, 다른 종교에 관용적인 문화 덕분에 대도시 등에선 주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주류세율이 높아 가격이 비싼 탓에 일반 서민들은 잔당 1만5천∼2만 루피아(약 1천100∼1천500원)에 팔리는 밀조주를 주로 마신다.
이런 밀조주는 보통 순수 알코올, 탄산음료, 허브 등을 섞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문제의 밀조주를 판매한 노점상 중 한 명을 체포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독성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른 정황을 고려할 때 누군가 공업용 알코올을 노점상들에게 원재료라며 팔아넘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2016년에도 중부 자바 주에서만 최소 36명이 저질 밀조주를 마시고 목숨을 잃는 등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0년 기준으로 0.1ℓ에 불과하지만, 현지 싱크탱크인 인도네시아 정책연구센터(CIPS)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가 1인당 0.5ℓ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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