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5일 당정협의를 열어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중소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이 납품원가에 조기 반영될 수 있도록 공공조달 인건비 산정기준인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를 연 1회(10월 발표)에서 2회(5월, 12월 발표)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대로 10월에 발표된 임금조사를 토대로 납품단가를 산정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이 10월 이후에나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다. 그때까지는 납품업체들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5월에 임금조사 결과를 한 번 더 발표하면 납품단가 현실화가 5개월가량 앞당겨진다. 당정은 3년 이상 장기납품할 때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원가가 3% 이상 변동되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기로 했다. 공공시장 납품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민간 하도급시장에서는 중소기업 인건비 상승을 반영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하도록 했다.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보복하면 해당 대기업에는 공공부문 입찰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민간 하도급시장에서 통용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 변동을 하도급대금 조정에 적용'이란 내용을 넣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하도급대금도 그에 따라 조정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급원가 변동이 생기면 협의를 통해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의 적용 범위를 위·수탁거래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상생협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7월에 시행될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적용 대상은 하도급거래로 한정돼 있었다.
당정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의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기업계 부담을 헤아려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토록 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납품단가 현실화 대책에는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선 및 활용 권고,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적용 범위 확대,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 보복금지 조항 신설 등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것들이 대부분 수용됐다. 중소기업계가 대책을 반기고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 보복금지 조항을 어겼을 때 해당 대기업에 부과되는 벌칙은 공공부문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엔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이 '남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의 선의만 믿고 자발적 유도를 기대하는 것에는 믿음이 덜 갈 수밖에 없다. 민간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현실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별도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납품단가에 연동하는 것처럼 최저임금도 납품가에 연동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 일각의 목소리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또 당정의 이번 납품가 현실화 대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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