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앞두고 고민 깊어져…"미·중, 말싸움만 하고 끝내길"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상이 요동치네요. 어쩔 수 없다면 밭에서 콩 대신 옥수수를 키워야죠."
미국 아이오와 주 윌턴 시에서 농사를 짓는 데이브 월튼 씨는 밭에 내다심을 곡물을 결정하느라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종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탓에 곡물 시장이 사정없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품목으로 대두(콩)를 정조준하면서 미국 농부들은 한해 농사를 판가름할 곡물로 콩을 심을지 옥수수를 심을지 고민하게 됐다.
북미 지역에서 밭에 콩을 심는 시기는 6월 말이지만, 이를 옥수수로 바꾸려면 5월 말까지는 씨를 뿌려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예고한 관세 폭탄이 실제로 터지기까지 60일의 유예 기간이 남은 만큼 농가에선 초조하게 무역 전쟁의 양상을 지켜보며 최대한 늦게까지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연간 미국산 대두 생산량의 3분의 1을 사들이는 큰손 고객으로, 경고대로 25%라는 고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농가에는 직격탄이 된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대두 3천200여t을 수입했으며, 금액으로는 140억 달러(약 14조8천75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급히 콩 대신 옥수수로 바꿔 심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옥수수는 물론 옥수수 분말도 중국의 과세 경고장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의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미 농무부는 올해 농가 순수입이 595억 달러에 그쳐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최고치에서 반토막 난 수준이다.
실제로 대두 5월물 가격은 중국발 관세 폭탄이 터진 직후인 지난 4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곡물량을 세는 단위)당 한때 984센트(9.84달러)까지 떨어져 하루 사이에 6%의 낙폭을 보였다.
옥수수 가격도 같은 날 장중 372센트(3.72달러)까지 내려 4% 하락했다.
올봄에는 때아닌 한파까지 겹쳐 농부들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중서부를 덮친 눈발 탓에 일부 농가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콩을 심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나마 콩은 옥수수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씨를 뿌려도 된다는 점에서 농부들은 밭에 쌓인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올해 농사지을 씨앗과 비료 등을 구매해둔 농부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제 와서 곡물을 바꾼다고 해도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아이오와 주 농부인 에이프릴 헴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대두 수확량의 25%를 내다 팔기로 매매 계약을 한 터라 미중 무역 전쟁이 없던 일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는 "이 전쟁이 실제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말로만 싸우다 끝나기를 바란다"면서 "말폭탄 만으로도 농가에서는 돈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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