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임금 성차별 철폐를 위해 영국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대기업 남녀 임금·보너스 정보공개 의무화 정책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영국에서 25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은 매년 4월 4일까지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해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당국은 보고서의 민망한 공개 내용에 부끄러움을 느낀 기업들이 성별 임금격차를 좁히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 이들은 남녀 임금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책을 통해 영국 주요 기업들의 임금차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영국지사의 경우 여성 임직원의 임금이 남성 동료보다 평균 56%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영국계 저가항공 이지젯은 남성이 여성보다 52%의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형 광고업체 WPP에서는 여성 임직원의 임금이 동료 남성보다 25% 낮았다.
이런 민망한 남녀 임금격차 실태를 강제적으로 공개토록 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지젯의 남성 CEO는 여성 전임자의 임금 수준에 맞추고자 임금을 4.6% 삭감했고 여성 기장의 비율도 현재 수준의 3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영국 로펌 '밀스 앤드 리브'는 회계감사 결과 여성 변호사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32% 낮은 것으로 드러나자 고객사들이 여성 변호사의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등 외부로부터도 압박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정책의 지지자들은 단순히 임금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없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한다.
영국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성별 임금격차를 완전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아이슬란드에서는 기업들이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남녀 임금격차가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아이슬란드의 정책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임금차별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강제해 기업에 망신을 줌으로써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근로자에는 사측에 임금차별 철폐를 요구할 때 필요한 근거 자료를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 여성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정책 담당 전문가 앤드루 베이즐리는 "이 정책은 기업들이 임금 성차별에 대해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전의 상황을 뒤흔들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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