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 또한 지나가리라·두보 오칠언절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나의 칼이 되어줘 = 지난해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로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대표작 두 편이 동시 출간됐다.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는 그로스만이 1986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홀로코스트가 남긴 트라우마를 다뤘다. 3년 뒤 영어로 번역 출간돼 영미권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뉴욕타임스는 작가를 마르케스와 귄터 그라스 급의 거장 반열에 올렸다.
'나의 칼이 되어줘'는 평화주의자로서 시대와 국가라는 화두에 천착해온 작가가 예외적으로 사랑에 관해 쓴 소설이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 책망, 불안, 자책, 연민 등 깊은 곳의 감정들을 서로에게 일깨우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가의 소설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열정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황가한/김진석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748쪽 1만5천800원/478쪽 1만4천800원.
▲ 빌리 배스게이트 =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유대계 미국 작가 E. L. 닥터로(1931∼2015)의 대표작이다.
'통속 범죄 스릴러를 예술로 승격시킨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출간 당시 초판 10만 부 발행 기록을 남겼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1930년대 뉴욕 빈민가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영리하고 민첩한 15세 소년 빌리 배스게이트가 악명 높은 갱단에 흘러들어 거센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닥터로의 세 번째 작품이다.
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464쪽. 1만4천800원.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 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의 에세이 선집. 월리스의 문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책이다.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문학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4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가 생전에 남긴 세 권의 산문집에서 9편을 골라 엮었다.
표제작 '재밌다고들 하지만…'은 1996년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고 거기서 보고 느낀 것을 써달라는 잡지사의 의뢰로 쓰게 돼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여행을 하면서 느낀 권태와 절망, 중산층 미국인을 향한 환멸의 감정을 묘사한 글이다. 137개나 되는 각주를 재미있게 덧붙인 이 글은 작가의 천재성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글로 꼽힌다.
김명남 엮고 옮김. 바다출판사. 472쪽. 1만6천800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스페인 작가 밀레나 부스케츠의 장편소설.
스페인의 유명한 출판사 설립자이자 작가였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상실의 경험을 소설로 쓴 작품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결혼 등 인생의 주요 화두에 관해 진실하고 재치있는 통찰을 풀어 놓는다.
2015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직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뒤 6개월 이상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켰으며, "21세기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엄지영 옮김. 문학동네. 224쪽. 1만3천500원.
▲ 두보 오칠언절구 = 중국의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절구 138수를 엮은 책.
두보는 절구의 굳어진 유형을 거부하고 자기 뜻대로 사상과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해 한시의 세계를 확장했다. 그의 시는 비록 당대의 인기는 얻지 못했을지언정 송대의 시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48번으로 출간됐다.
강민호 옮김. 문학과지성사. 31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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