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HSBC 고객 명단을 빼돌려 은행의 '탈세 방조'를 폭로했던 에르브 팔치아니(45)가 스페인에서 다시 체포됐다고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팔치아니는 2006∼2008년 스위스 제네바의 HSBC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에서 IT 직원으로 일하며 빼돌린 고객 10만6천 여 명의 명단을 레바논에서 은행권에 팔아넘기려다 스위스 경찰에 붙잡혔다.
제네바에서 조사를 받은 팔치아니는 2009년 명단 자료를 디스크 5개에 담아 프랑스 당국에 넘겼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과 명단을 공유하며 은행들을 상대로 탈세 조사를 벌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이중국적자인 그는 프랑스에서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지냈지만 이달 3일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강연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스페인 내무부는 3월 19일 자로 스위스 당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있어서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법원은 2015년 11월 궐석재판을 열고 기밀유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팔치아니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팔치아니가 당장 스위스로 인도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스페인 경찰은 2012년에도 스위스 당국의 요청으로 팔치아니를 체포한 뒤 구금했지만 그는 스페인 법원에서 내부고발자로 인정돼 170일만에 석방됐다.
팔치아니가 프랑스 당국에 고객 명단을 넘겼을 때 르몽드 등 매체들은 은행이 1천806억 유로(약 234조원) 상당의 세금을 탈세하도록 부유층 고객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팔치아니는 자신을 내부고발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고객정보를 팔아넘기려다 붙잡힌 범죄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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