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옛 측근 배넌은 '영웅'으로 치켜세워…EU는 '독재자' 쓴소리
영·러 외교관 추방전에서 이례적으로 영국편…독자노선 강화 분석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달 8일(현지시간) 예정된 헝가리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유럽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또 한 명의 장수 총리가 등장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 정책을 깎아내렸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주도한 배넌의 평가인만큼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르반 총리와 여당 피데스는 안정된 경제를 배경으로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줄곧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총선에서 44% 지지율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뒤 오르반 총리와 피데스는 사법부, 언론을 정부 영향력 아래 두기 시작했고 선거 방식도 여당에 유리하게 바꿨다.
심지어 애국,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학교 교과서를 다시 펴내고 많은 예술극장의 감독까지 교체하면서 오르반 총리는 '빅테이터(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딕테이터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회 분위기는 경직돼 있지만, 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데는 경제적 안정이 크게 작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는 올해 헝가리의 경제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EU 평균 경제 성장률 전망치 2.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아우디, 다임러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헝가리에 공장을 지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2010년 집권 이후 3연임을 하게 된다. 1998년 35세의 나이로 유럽 최연소 총리가 됐을 때까지 더하면 4선이다.
2015년 유럽에 난민 위기가 불거졌을 때 오르반 총리는 메르켈 총리의 개방 정책을 비판하면서 레이저 철조망을 세르비아와 맞닿은 국경에 설치했다. 난민을 독극물로 부르는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난민사태를 지렛대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EU는 헝가리와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 이른바 비셰그라드 그룹으로 불리는 회원국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EU 정책에는 엇박자를 놓으면서 회원국 혜택은 그대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반 총리는 최근 영국, 서방과 러시아의 외교관 추방전에서 예상을 깨고 영국 편을 들면서 러시아 외교관을 부다페스트에서 추방했다. 그동안 친러 성향을 보였던 헝가리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AFP통신은 비셰그라드 그룹에 러시아 주재 각국 외교관의 소환을 오르반 총리가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런 조치를 두고 국내 정치·경제 상황에 자신을 가진 오르반 총리가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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