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새정부 구성 협의, 소득 없이 종료…내주 2차협의

입력 2018-04-06 02:19  

이탈리아 새정부 구성 협의, 소득 없이 종료…내주 2차협의
마타렐라 대통령, 각 정파 대표와 면담 후 "숙고의 시간 더 필요"
각 정파, 기존 입장 되풀이…합종연횡 돌파구 도출 실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권이 총선 실시 1개월 만에 착수한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소득 없이 종료됐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 구성을 위한 2차 협의는 내주 이어질 예정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76) 이탈리아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 퀴리날레에서 이틀에 걸친 각 정파 지도자들과의 회동을 마무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새 정부를 구성할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며 "내주 (정부 구성을 위한)면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달 4일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나 정치 세력도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각 정당에 정부 구성을 위한 타협안을 모색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현재 상황을 책임감을 갖고 가늠할 수 있도록 며칠의 성찰 시간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달 4일 총선을 실시했으나, 어떤 정치 세력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난민 정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 여론에 편승,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나란히 약진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오성운동은 상하원 모두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창당 9년 만에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떠올랐고, 5년 전 득표율이 4%선에 불과했던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는 18%에 근접한 표를 얻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4개 정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총선에 단일 대오로 나선 우파연합 역시 4개 정당의 합산 득표가 37%에 그쳐 과반 의석 확보가 불발됨에 따라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당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난 5년 간 집권 정당이던 민주당은 난민 위기와 더딘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혀 19%의 득표율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총리 지명권을 쥐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번 이틀 간의 면담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을 주도할 권한을 누구에게 줄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각 정당 대표들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탓에 별다른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과 최대 정치 세력인 우파연합은 각각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지는 게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어느 정당과도 손잡지 않고, 야당으로 남아 상처입은 당을 재건할 것임을 일찌감치 천명한 바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협의 첫날인 전날에는 엘리사베타 카셀라티(FI) 상원의장을 시작으로 로베르토 피코(오성운동) 하원의장, 전임 대통령인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 이탈리아 자치주 대표, 군소정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어 이날은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임시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 루이지 디 마이오가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등 주요 정당 대표들과 얼굴을 맞댔다.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 대통령 면담을 마친 뒤 "오성운동은 동맹 또는 민주당과 정책에 기반한 독일식 정부 계약을 맺길 원한다"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와는 연대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의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목표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된 오성운동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다수의 송사에 휘말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부패와 구습의 대명사로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그는 이어 "살비니 동맹 대표, 마르티나 민주당 임시 대표와 조속히 만나고 싶다"며 "오성운동은 과반 의석을 확보해 이탈리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과 유럽연합(EU)의 불안을 의식한 듯, "오성운동이 집권해도 이탈리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EU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한정된 기간만 지속되는 정부가 아니라 5년 동안 이어질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길 원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파연합이 오성운동과 연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우파연합이 분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그는 "오성운동은 우리가 그러했듯 일부 양보안을 수용해야 한다" FI와 연대를 거부하는 오성운동에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통령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차기 정부는 총선에서 최다의석을 얻은 우파연합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하며, 우파연합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동맹의 살비니 대표가 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포퓰리스트인 오성운동과는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며 "오성운동이 집권 세력이 되면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 큰 어려움에 처하고, 퇴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사퇴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 대신 민주당을 임시로 이끌고 있는 마르티나 대표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한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대해 정부를 꾸리는 게 옳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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