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노조와해 의혹' 본격수사…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종합2보)

입력 2018-04-06 13:48  

검찰 '삼성 노조와해 의혹' 본격수사…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종합2보)
전·현 임원 자택도 대상…인사·노조활동 관련 자료 확보
압수물 분석 마치는대로 관련자 조사 방침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3년 전 무혐의 처분된 '삼성그룹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단서를 확보한 검찰이 의혹을 다시 한 번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6일 오전 8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서비스와 주요 간부들의 전·현직 임원 2명의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인사부서 등에서 서류와 컴퓨터 저장장치, 관련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3년 제기됐으나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최근 추가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수원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달아나려 하던 한 직원의 외장 하드 4개에서 노조와해 의혹 관련 문건 수천 건이 발견된 것이다.
이 외장 하드에는 2013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100쪽 넘는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과 비슷한 내용의 노조 대응계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그룹 노사 전략' 문건 자체는 저장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합법적으로 거부하되, 알박기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해라'라는 등의 지침이 적혀있었다.
이른바 '문제인력'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면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비위 사실을 채증하고 개인적인 취향과 사내 지인, 자산, 주량 등을 '백과사전'으로 기록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찰 수준의 동향파악이 이뤄졌음을 과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노조설립 징후를 파악하고 사측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직급과 성비를 고려한 '사내 건전인력'을 양성하도록 하는 등 사내 여론조성에 사측이 개입한 정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문건 등을 근거로 삼성노조와 민변 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이건희 회장 등을 고소·고발했고, 한차례 검찰 수사가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문건 작성 자체는 범죄사실이 아닌 데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5년 1월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삼성에버랜드가 노조의 유인물 배포를 방해한 혐의 등을 인정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일부 임직원을 약식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와 관련된 일부 고위급 직원 등에 대해서는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겨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 단서를 잡고 다시 수사에 나선 검찰은 'S그룹 노사 전략' 문건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작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자료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조합원 가입·탈퇴 현황을 매주 관리하고 노조원들의 신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노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력업체의 노조설립 움직임을 초기에 무력화해야 한다며 노조원의 경제적·가정적 약점과 인간관계 등을 이용해 설득함으로써 이른바 '그린화(노조 탈퇴)'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을 확보해 분석한 이후 노조와 회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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