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끝나면 난민 500만명 고국으로 돌아갈까?

입력 2018-04-06 13:54  

시리아 내전 끝나면 난민 500만명 고국으로 돌아갈까?
자녀 위험·징집·아사드 등 때문에 "못 간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7년간 계속된 내전을 피해 시리아를 떠났던 난민 500만명이 내전이 끝난다면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할까?
시리아 난민 대부분은 이웃 국들에 머물고 있다. 350만명은 터키에, 100만명은 레바논에서 지내고 있다. 또 독일(50만명 이상)을 비롯해 유럽대륙까지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어 이슬람국가(IS)나 반군들이 점령했던 지역을 거의 대부분 되찾고 미국도 시리아 철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카네기중동센터와 함께 레바논과 요르단의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시리아인 320명으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전했다.
BBC는 자사가 만난 이들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는 열망은 없었다고 전했다.
문화가 다르고 자녀들에 대한 차별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리아로 돌아갈 경우 자녀들이 처할 위험들도 깊이 걱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시리아에서 사망한 민간인 4명 중 1명은 아동이었었다.
대부분의 부모에게 시리아는 불안과 위험한 곳이었다. 내전을 겪은 까닭에 자녀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이라면 아주 조심스러워했다.
홈스 출신의 한 엄마는 "누가 제 발로 죽음을 향해 가겠느냐"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도 존재했다. 무장한 세력들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아사드 정권 아래선 자녀를 안전하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젊을수록 귀향을 원하는 이들이 더 적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지내는 청년 하산은 "시리아를 떠난 이들은 반역자로 여겨진다"고 했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하산 역시 나라를 저버렸다는 비난과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군대 징집을 두려워하고 있다.
18세 이상 남성은 병역 의무 대상이다. 아사드는 내전 와중에 병역 면제 사유들이 줄었고 징집 거부 벌금도 새로 만들었다.
많은 청년이 애국심과 의무를 이행할 필요를 얘기했지만, 보편적 정서는 "나라에 봉사하는 건 중요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정권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돌아가 살 집이 없다는 점이다.
위험과 경제적 곤란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돌아가도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군과 이슬람국가(IS), 국제동맹군 등이 7년간 벌인 내전은 30%의 주택이 완전히 파괴되는 황폐화를 겪었다. (세계은행 추정)
여기에 파괴되지 않은 집들도 정부군, 정부군과 연계된 무장세력, 친 이란 민병대, 다른 곳으로 피난 온 시리아인들에 의해 점령돼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농촌 마을 출신의 라미아는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즉각 군이 가져간다고 한다. 심지어 세입자를 쫓아내고 집을 차지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집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많은 주택과 건물들이 무허가로 지어진 데다 소유증명서가 있는 경우라도 챙기지 않은 채 피난한 경우가 있다. 또 내전으로 등기소가 파괴된 것도 문제를 어렵게 한다.
BBC는 자사가 만난 10명 중 8명이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집을 떠났다고 했다. 가족이 시리아군에 의해 자의적으로 구금되거나 사망한 사건, 마을의 안전이 위험해진 상황 등이 있었던 이후 떠났다는 것이다.
이밖에 시리아군에 대한 불신도 자리 잡고 있다.
홈스 출신 청년 타레크는 시리아가 안전하다는 말에 아무런 신뢰가 들지 않는다면서 시리아군 장교들의 행동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했다.
그는 "나는 장의사로 일했고 순교자들을 묻는 게 일이었다"며 "그들(장교들)이 했던 일을 봤을 때, 그들이(순교자들) 흉기로 베어진 모습을 보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설령 그들이 우리가 필요한 전부를 주더라도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는 난민들의 압도적 다수는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큰 경우로 아사드 제거를 꼽았다.
비록 일자리를 얻고 공공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더라도 아사드가 권력에 남아 있는 한 안전과 안정이 존재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마스쿠스 출신의 콜라우드는 "아사드가 제거되고 시리아에 안전이 있다면 음식과 물이 없더라도 우리는 밀가루를 얻어 우리 손으로 음식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여러 종류의 외국 무장세력이 있는 것과 이런 모습이 보여주는 전반적인 무법성에 대한 걱정도 말했다.
BBC는 자사가 만나 시리아 난민 다수가 각기 다른 세력으로 쪼개진 전후 시리아 구상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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