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어벤져스 도시'…사고·재난 속 빛났던 시민의식

입력 2018-04-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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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어벤져스 도시'…사고·재난 속 빛났던 시민의식
버스 맨손 받치기·터널선 '모세의 기적'·태풍 땐 인명구조도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지난 5일 발생한 시내버스 사고에서 버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달려들어 손으로 받친 사실이 감동을 전하면서, 과거 사고와 재난 현장에서 빛났던 '울산시민 어벤져스'들의 활약상이 회자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터널 안에서 구급차에 일제히 길을 비켜 준 '모세의 기적'을 일으켰고, 태풍 '차바'가 급습해 물이 갑자기 불어났을 때는 밧줄을 매고 거센 물살 속에 뛰어들거나 인간 띠가 돼 생명을 구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5일 오전 9시 28분께 울산시 북구 염포동 아산로를 달리던 133번 시내버스가 현대자동차 공장 담벼락을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37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버스는 담장을 무너뜨리고 멈춰 섰으나, 왼쪽으로 급격히 차체가 기울면서 자칫하면 옆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버스 내부에 여전히 부상자들이 남아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길가에 차를 멈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버스 안 부상자들이 다 구조될 때까지 맨손으로 버스를 받치기 시작했고, 10여 명의 시민이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현장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본 네티즌들은 "정말 감동이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것 같다",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저분들이 보여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울산시민 정신 정말 최고다", "어벤져스가 따로 없다. 진정한 영웅은 이들이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긴급 상황에서 구급차에 길을 양보해준 '모세의 기적'과 태풍 '차바' 당시 인명 구조활동 등 울산시민들이 성숙한 의식을 보여준 사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터널 안 '모세의 기적'은 울산이 원조 격이다.
2015년 6월 울산시 북구 무룡터널에서는 교통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119구급차에 터널 속의 차들이 바닷물이 갈라지듯 양쪽으로 비켜나며 구급차의 진로를 열어주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6중 추돌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구급차가 꽉 막힌 도로에 진입조차 할 수 없자, 차들이 서서히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터준 것이다.
구급차는 시민들이 터준 길 가운데로 달려 2분 만에 사고현장에 도착, 부상자를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했다.
이 같은 장면은 구급차 폐쇄회로(CC)TV에 찍혀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울산시민이 뽑은 2015년 최고 이슈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 10월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 때도 곳곳에서 시민 영웅들이 활약하며 소중한 생명들을 구했다.
당시 태풍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울산 태화강이 범람하자 둔치 주차장 물속에 한 여성이 고립됐다.
주변 차량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등 119구조대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 시민 한 명이 허리에 밧줄을 감고 물살이 거센 강물로 뛰어들어 이 여성을 구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밧줄을 던지며 구조를 도왔다.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폭포가 떨어지듯 거세게 물이 흘러들어 가는 상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한 시민을 다른 시민 4∼5명이 인간 띠를 엮고 힘을 합해 구해낸 일도 있었다.
당시 도움을 받은 시민은 "물에 휩쓸려 몸이 지하주차장으로 빨려 들어가면 생명을 잃을 상황이었다"라며 "평소 얼굴 한 번 못 봤던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저를 구해줘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감동적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소중한 생명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용기와 배려를 보여주고 있는 울산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이런 울산시민들 속에서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yong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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