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세계적 명물이 된 태국의 물 축제 '송끄란'이 개막 1주일 앞둔 가운데 이 축제 때 많은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광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사회단체인 남녀 진보운동재단(WMPMF)이 방콕에 거주하는 10∼40대 여성 1천6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송끄란 물놀이 중 누군가 자신의 몸을 더듬는 상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59.3%에 달했다.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25%는 경찰에 자신이 당한 상황을 신고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방콕 시 당국에 올해 송끄란 축제 기간 성추행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재단의 사회관계지원국장을 맡은 자리 스리사왓은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범죄사실을 신고하기 쉽도록 경찰 초소를 늘리고,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나 취객에 대한 술 판매 금지, 성추행 경고 문자 발송 등을 시 당국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여성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관리들이 현장에 배치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송끄란 축제에서 매년 반복되는 성추행이 여성의 옷차림 때문이라는 일부 고위관리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나왔다.
수티퐁 출차로엔 태국 지방행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송끄란 축제 기간에 여성들이 성추행을 피하려면 너무 섹시하게 입지 말고 혼자 있지도 말아야 한다"며 "여기는 서양이 아니다. 태국 국민은 그런 섹시한 외모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송끄란은 '별자리 변화'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태국의 신년 축제다.
점성술에서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가운데 첫째 자리인 양자리(Aries)가 등장하는 시기로 매년 4월 13∼15일에 돌아온다.
올해는 사흘간의 축제가 주말과 겹치면서 이틀간의 대체휴일까지 생겨 태국인들은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의 긴 연휴를 즐기게 됐다.
송끄란 기간에 태국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만난다. 또 사원에 공양하고 모든 죄와 불운을 씻는 의미로 불상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치른다.
불교문화에서 유래한 이 의식이 일상으로 녹아들면서 송끄란 축제 기간 태국 전역은 흥겨운 물놀이장으로 변한다. 또 이 문화를 즐기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물 축제는 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수도 방콕을 비롯한 전국의 관광명소와 주요 도시에는 공식 물놀이장이 운영된다.
태국 정부는 물놀이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고압력 물총과 물에 섞어 몸에 바르는 물감 등 사용을 금지했다. 또 물을 아껴 쓰자는 의미로 물총 또는 대형 물차 대신 작은 바가지 사용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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