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연못 위를 떠다니는 오리배. 겉으로는 유유자적 평화롭게만 보이지만, 사실 그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탑승자가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한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수성못'의 희정(이세영 분)도 제 삶의 항로를 바꾸려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대구에 사는 희정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쪼개가며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그의 빡빡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희정이 일하던 수성못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희정은 핸드폰 판매업자 영목(김현준)에게 실종사건과 관련해 약점을 잡히고, 그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게 된다.
이 작품은 대구에서 나고 자란 유지영(34)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어릴 적부터 인상적으로 봐온 대구 수성못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유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의 20대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가 희정"이라며 "지방대생으로 서울에 오고 싶어 열심히 편입 준비하던 것도 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뭐든 열심히 하는데 실패도 많이 했던 때가 20대 때였던 것 같다"며 "희정은 제가 생각하는 20대와 저 자신의 거울 같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홍익대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단편 '고백'(2011)으로 주목받았고, 장편 '수성못'은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수성못'에는 20대의 재기발랄함과 패기, 그리고 죽음과 허무의 감정이 공존한다. 이런 정서들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로 묘하게 꿰맞춰 지고,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주요 등장인물은 희정 이외에 영목, 희준이다. 영목은 자살동호회 회장으로, 동반자살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계획한다.
희준(남태부)은 희정의 동생으로, 온종일 집과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친구도 없고, 딱히 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없다.
유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자살 뉴스를 많이 접했고, 특히 동반자살이라는 게 인상에 많이 남았다"면서 "왜 모르는 사람들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할까, 그 정도로 힘들까 그런 생각들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을 대비시키며 그 어느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죽음이란 키워드 쪽에 좀 더 풍부한 캐릭터와 입체적인 면들을 보여주려고 동반자살 동호회라는 소재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인물은 각기 다른 3명이지만 하나의 인물일 수도 있고, 인생의 각각 시기를 대표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유 감독은 "희정처럼 목표를 두고 열심히 살던 시기, 영목처럼 너무 힘들어 죽고 싶었던 시기, 희준처럼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정체된 시기 등 우리는 다양한 삶의 굴곡을 겪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운전으로 치면 초보 운전자라 모든 게 서툴러서 넘어지기가 다반사였던 것 같아요. 그때 그저 잠깐 자전거를 세워놓고 도로에 핀 들꽃도 보고 하늘도 보면 좋을 텐데 남들이 쫓아오니 위태로우면서도 부들부들 운전대를 잡고 가다 결국은 다치고 마는 시기랄까요. 그래서 세 인물의 노력과 실패를 통해 잠시 핸들을 내려놓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하늘을 보며 나와 삶을 생각할 여유를 가지면 어떨지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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