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대북 선제타격론'은 불법" 美학자들 NYT 기고

입력 2018-04-07 18:30   수정 2018-04-07 20:54

"볼턴 '대북 선제타격론'은 불법" 美학자들 NYT 기고

백악관 입성에 우려…"국제법·유엔헌장 위반한 침략"
"휴전협정 둘째치고 의회승인 없어 美헌법에 어긋날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취임한다.
호전적 언사를 일삼은 그가 미국 안보 사령탑으로서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그의 대북 선제타격론을 둘러싼 우려가 미국 내에서 다시 나왔다.
스콧 세이건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 앨런 와이너 스탠퍼드대 법학 교수는 '볼턴의 불법적 대북 전쟁계획'이라는 논설문을 6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이들 학자는 볼턴이 지난 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구체적 소신을 담아 기고한 칼럼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볼턴은 당시 '대북 선제타격은 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보 공백을 고려할 때 우리는 마지막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선제타격'으로 칭한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이건, 와이너는 이에 대해 "볼턴의 법률 분석에는 결함이 있고 전략적인 논리는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볼턴이 2003년 이라크 전쟁 전에 했던 것처럼 '예방공격'과 '선제공격'의 중대한 차이를 (한반도 문제에서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YNAPHOTO path='PYH2018032321900034000_P2.jpg' id='PYH20180323219000340' title='매파로 분류되며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존 볼턴' caption='[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먼저 이들 학자는 볼턴이 자신의 선제타격론의 근거로 제시한 대니얼 웹스터(1782∼1852) 전 미국 국무장관의 해석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스터 전 장관은 1837년 '캐롤라인호 사건'을 두고 자위권 발동의 기준을 제시했다.
적의 공격이 임박하고 피할 수 없을 때, 자기방어의 필요성이 급박하고 압도적일 때만 선제공격이 합법적일 수 있다는 게 웹스터의 해석이다.
캐롤라인호 사건은 영국이 캐나다 반군에게 무기를 전달하던 증기선을 미국 영해를 침범해 격침한 사태다. 웹스터 전 장관은 당시 영국이 매우 급하고 압도적인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세이건과 와이너는 웹스터 해석을 한반도 상황에 적용할 때 볼턴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6A636DEC00190815_P2.jpeg' id='PCM20180328000780044' title='북한 비핵화 둘러싼 협상 임박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
북한이 병력에 비상을 걸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대에 올린 채 연료를 주입하거나 미사일 발사 차량을 가동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나 미국이 공격이 임박하고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제하고 선제타격에 합법적으로 착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국제법 전문가들이 이 같은 선제타격을 '선제적 자위'(anticipatory self-defense)라고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이건과 와이너는 "북한이 미사일,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궁극적으로 미국 도시들을 위험하게 할 역량을 키우게 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한다는 이유로 미리 타격을 가한다면 그것은 '선제적'(pre-emptive 또는 anticipatory)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법률용어로 말하자면 그건 분명히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이라며 "이는 김정은이 어느 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한 나머지 미국을 미리 타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두 학자는 예방타격은 국제법상으로 불법이라며 특히 유엔헌장에서는 그런 군사작전을 '침략'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이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예방타격이 아닌 추가타격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이 또한 실체 없는 주장이라고 진단했다.
무기한 휴전의 당사자들이 적대행위의 완전한 중단을 약속한 까닭에 새로운 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다고 두 학자는 지적했다.
세이건과 와이너는 미국 헌법을 볼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예방타격을 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선언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의회의 승인이 없다면 군 통수권자의 권한은 긴급사태 때 적대적 행위가 일어나는 지역에 미군을 투입하는 수준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세이건과 와이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볼턴의 주장을 보면 그런 타격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없이 헌법적 근거를 갖고 할 수 있는 비상사태 대응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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