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9일 110억 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4번째로 형사법정에 서게 됐다. 특히 1995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내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데 이어 23년 만에 국정농단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같이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서게 됐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공개한 공소장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6개 혐의가 담겼다. 검찰은 110억 원대 뇌물 등 범죄수익과 관련해서는 법원에 재산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이 밝힌 공소장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정보원에서 총 7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35억 원의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등에 쓰여야 할 특활비를 보수정권 대통령들이 '쌈짓돈'처럼 사적으로 사용하는 불법관행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근절돼야 마땅하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소송비 585만 달러(68억 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뇌물액이 11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국회의원의 공천헌금은 물론 중소기업인과 종교인으로부터 각종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 내용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공인의식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온 다스의 실소유주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다스에서 3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제기됐던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이 당시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됐을 것이란 게 검찰 주장이란 점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와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모든 뇌물혐의는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고 있고, 다스의 실소유주설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검찰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고, 구속 이후 검찰의 세 차례 구치소 방문조사에도 불응하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 잇따라 법정에 서는 불행한 헌정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각종 불법과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에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현대건설 뇌물 의혹,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이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 그리고 뇌물수수 공범으로 수사받는 친인척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이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을 주장하고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하며 보수층에 기대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법정에서는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며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의 자백과 다양한 증거자료에 의해 혐의의 실체가 드러나는데도 부인으로 일관했는데 이는 전직 대통령답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달 23일 구속되면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은 좀 더 구체적으로 진솔한 사과나 해명 듣기를 원하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나마 이같은 국민 바람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검찰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로 수사가 한고비를 넘긴 만큼, 2007년 검찰 및 특검수사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끝나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데 대해 자성의 눈길로 돌아보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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