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세대 지도부, 북핵 협상에서 다른 결과 낳을 수도"

입력 2018-04-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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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세대 지도부, 북핵 협상에서 다른 결과 낳을 수도"
1,2 세대와 달리 서구에서 교육받은 경험…시장의 힘도 날로 커져 경제적 돌파구 열망
"스타일의 변화가 실질적 변화의 징조였던 선례들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냘프나마 북핵 문제 해결의 '희망'을 보는 이들 가운데 북한 지도부의 세대교체에 주목하는 견해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대론이나 비관론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래 지난 4반세기 간 북핵 협상과 합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역사적 경험칙과 북한 정권 속성의 "불변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 업체 스트랫포의 부사장 로저 베이커는 "새 세대 북한 지도부의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적 특성, 북한 핵 프로그램의 진전이 미약하나마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전망했다.
하버드대 러시아·유라시아연구센터 연구원 제임스 리(한국명 이종수)도 "북한 최고 지도부의 세대 교체와 시장의 힘의 증대라는 두 요인이 겹침으로써 국제 사회가 북한을 평화와 번영의 길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베이커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자 분석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기성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도리어 자신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 점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이 과거 북핵 협상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북한에서 일어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에 이어 미국과 싸운 혁명 1세대, 업적이나 능력보다는 부모 세대의 후광으로 권력을 쥐었고 외국 유학을 했더라도 동구, 소련, 중국에서 교육받은 2세대와 달리, 지금 권력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는 3세대는 어려서 서구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가짐으로써 현대 세계와 경제를 훨씬 잘 이해하고 있다.
2세대는 별로 내세울 것 없으면서 과거 북한 테러리즘 시대의 부담을 안고 있어 한반도가 단일 국가로 통일되거나 연방제로 통일되면 잃을 게 가장 많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흥 세대 사이에선 "변형된 형태의 남북 통일에 대한 저항감이 엷어지고 있고, 외부 세계에 문호를 열어야 가능한 경제적 돌파구에 대한 열망이 증가하고 있다"고 베이커는 분석했다.
그는 "이런 요인들이 앞으로 미·북 대화에서 과거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무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과거 경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가정은 옳은 분석적 태도가 아니다"고 그는 거듭 말하고 "과거는 미래의 안내판이지 미래를 구속하는 차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리 연구원도 4일 38노스 기고문에서 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특사로 파견한 것을 "세대 교체의 가장 뚜렷한 징표"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서 갓 30대인 젊은 나이에 이런 중대한 공적 임무를 맡고, 김 위원장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우정을 쌓도록 하는 등 선전선동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북한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리 연구원은 "김여정의 역할은 북한이 과거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와 다른 리더십 양상을 보이는 30대 젊은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김여정 외에도 "과거에 비해 젊은, 측근 간부들로 요직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북한 내 공식 행사엔 물론 최근 중국 방문 때도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는 것 역시 윗세대 정치문화로부터 이탈을 실증하는 것이다.
리설주의 서구식 옷차림, 김 위원장 옆에서 그의 팔이나 손을 잡고 있는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정일, 김일성 배지를 단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에 리 연구원은 주목했다.
"이 모든 것이 실질적인 의미는 없는, 가식적인 스타일상의 변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할 수도 있지만, 역사를 보면 스타일의 변화가 진정한 변화를 예고하는 때가 종종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무슬림 국가에서건, 한국, 중국, 일본 같은 비서구권 문화에서건, 심지어 러시아에서조차 "서구화의 첫 가시적 신호 중 하나는 옷차림의 변화였다"는 것이다.
소련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 시대의 도래를 처음 알린 것 중의 하나가 고르바초프가 선배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대중 앞에 부부 동반으로 등장하고 부인 라이사는 종종 세련된 서구식 옷차림을 한 것이었다고 리 연구원은 설명했다. "북한 같은 가부장적 문화에서 여성의 공적 역할과 옷차림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의 징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로 리 연구원은 북한 경제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시장의 힘을 들었다. 핵·경제 병진 전략을 약속한 터에 국제제재로 인해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와 정치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리 연구원은 "북한의 세대교체와 경제사회 변화상이 실제로 대외관계에서 변화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김정은의 역량을 재보고 그의 의도를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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