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색 후계자 양성작업, 정자에서 출발하는 건가" 비아냥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한 공공 병원이 정자 기증자에게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가 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학 제3 병원은 최근 20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정자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증자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건강한 신체와 함께 '올바른 정치사상'을 내걸었다.
병원 측은 "기증자는 사회주의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의 영도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에 충성하고 준법정신을 갖춰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 문제도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와 함께 탈모, 비만, 색맹 등이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춘 기증자는 5천500위안(약 93만원)의 사례금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중국 웨이신(微信·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비아냥으로 가득 찬 글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당국의 세뇌 작업이 황당한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며 "홍색 후계자를 양성하는 작업은 이제 정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가"라고 비웃었다.
다른 네티즌은 "한 사람의 정치사상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정자 기증자에게 올바른 정치사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은 정자 기증자의 사상 요건을 '사랑과 공익심을 갖춘 사람'으로 슬며시 바꿨다.
2015년부터 '한 자녀 정책'이 완화되면서 중국에서는 인공수정 등을 위한 정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사익을 위한 정자 판매가 불법인 중국에서는 공공 정자은행을 통한 취득만이 허용돼 그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더구나 기증되는 정자 중 불임 시술에 쓰이기에 적합한 정자로 판명 나는 경우는 20%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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