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토위 소위서 민간 인센티브안 등 윤곽 나올 듯
주택업계 "선분양, 하자 원인 아냐…부작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의 공공·민영주택에 대한 후분양 로드맵이 다음 달 공개된다.
이에 앞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후분양 의무화와 관련한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어서 이달부터 후분양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공공에 이어 민영주택으로 확대될 경우 주택 공급자는 물론 수요자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민영주택 후분양 '의무화 vs 인센티브 제공'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 달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안을 확정 고시하면서 후분양 로드맵을 담아 발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주택공급 목표와 주거복지 등 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계획으로, 수립 5년 차를 맞아 이번에 수정안을 발표하는 것이다.
올해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안에는 정권 교체 이후 새 정부의 주택정책과 관련한 청사진이 담기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가 후분양제다.
참여정부 당시 도입했다가 폐지된 후분양제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의원은 현행 선분양 제도가 하자 문제에 취약하고 분양권 전매 등 투기를 야기한다고 보고,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정률 80% 이상에서 후분양을 하도록 법안에 의무화했다.
당초 후분양제에 대해 난색을 보였던 국토부도 의원실의 거듭된 공세에 도입을 결정했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공공부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민간에 대해서는 의무화 대신 자발적인 후분양을 촉진하되, 이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겠다고 밝혔다.
이번 로드맵에는 LH의 후분양 도입 계획과 함께 민간에 제공할 인센티브 지원안이 공개된다.
이에 앞서 후분양 로드맵의 골자는 이달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먼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을 의무화한 주택법 개정안 심사 때 정부가 마련 중인 민영주택에 대한 후분양 인센티브 지원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참여정부 때처럼 후분양을 하는 건설사에 공공택지 분양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보증한도를 총 사업비의 50%에서 70~80%로 확대하고, 후분양을 하는 건설사에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유인책으로 담길 전망이다.
후분양 도입으로 일정기간 시장에 주택이 분양되지 않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 첫해에는 공정률 60% 선에서 우선 분양을 하고, 차츰 80%로 늘려가는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 시점의 공정률이 높을수록 공공택지 분양의 우선순위를 차등 적용하는 방법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 안이 부족하면 후분양을 하려는 건설사가 없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많은 혜택을 주면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무화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현재 국회에는 민간 건설사가 부실시공으로 적발돼 영업정지나 일정 수준의 벌점을 받은 경우 선분양을 제한하거나 신규 기금 대출을 제한하는 등 페널티 조항을 담은 법안도 발의돼 있어 후분양에 대한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 전문가 "후분양 부작용 감안, 자발적·점진적 도입해야"
후분양제 도입이 가시화되며 부동산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부실시공 방지, 주택 투기수요 감소를 위해 후분양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 논란에 대해 '원인과 해법'이 잘못됐다며 우려를 표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원장은 "부실시공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공과 건설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적절한 공사와 자재사용, 감리제도의 부실 때문"이라며 "감리제도 개선과 하자보수 제도를 강화해 부실시공을 예방해야지, 후분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도 "하자 민원의 대다수가 공정률 80% 이상에서 진행되는 마감 공사에서 발생하는데 공정률 60%, 80%에서 분양을 한다고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는 하자를 공사 중에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며 "심지어 공정률이 80%면 아파트 골격만 보는 것인데 수요자들의 직접 상품을 보고 결정할 권리를 준다는 것도 다 맞는 말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분양권 전매 등 투기문제도 이미 청약조정지역 내 모든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 장치가 있는데 후분양을 도입해야 하는 논리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택업계는 선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조달하는 현행 파이낸싱 구조상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부채가 증가해 분양물량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확대해도 사업비 조달에 대한 이자비용은 발생한다"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해도 신규 주택을 찾는 수요는 여전한데 주택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은 금융비용 조달 리스크가 커져 대형 건설사가 주택사업을 독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선분양 때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의 늘어난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고 분양가가 인상돼 입주 예정자가 누려야 할 기대수익(시세차익)도 줄어들게 된다.
또 선분양 체제에선 건설사의 신용으로 2∼3년간 분양가의 60∼70%에 달하는 저리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지만 후분양에선 계약자가 단기간에 분양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선분양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청약제도의 변화도 예상된다. 후분양 제도하에선 청약제도의 의미가 퇴색돼 오랜 기간 청약가점을 쌓아가며 기다려온 청약 대기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후분양의 장점도 있지만 분양가 상승, 공급 축소에 따른 집값 상승, 계약자들의 목돈 마련 부담과 시세차익 감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한 시장의 충격이 우려된다"며 "시행을 하더라도 자발적,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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