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입김 커지는 EU…'유럽가치' 잠식될라 우려

입력 2018-04-10 10:22   수정 2018-04-10 10:25

권위주의 입김 커지는 EU…'유럽가치' 잠식될라 우려
'언론·자유 탄압' 헝가리 오르반 득세로 논란
"폴란드·슬로바키아·몰타뿐 아니라 서유럽도 심상찮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난민·유럽연합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4선에 성공하는 등 유럽 내 권위주의가 영향력을 키우면서 '유럽적 가치'가 잠식될까 우려가 나온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FT의 외교 문제 수석 평론가인 기드언 래흐먼은 "독재정치와 부패가 횡행하던 시대에도 유럽연합(EU)은 민주주의와 법치의 편에 서 있음을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EU 회원국 28개국 대부분이 부끄러움 없이 여전히 이를 뽐내지만, 반(反) 민주주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이 주변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흐먼은 "잘 관리되지 않으면, 이는 중심부로 퍼져 마침내 EU의 가치를 망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르반 총리가 다시 권력을 잡은 헝가리에서부터 그러한 위험성이 가장 명백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래흐먼은 오르반 총리가 EU에 위협적인 이유는 그가 난민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과 대학, 법원과 NGO를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는 언론이나 헌법재판소, 비정부기구와 같이 자유주의 사회에 핵심적인 요소들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헝가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폴란드는 지난해 말 사법부 인사권을 정부가 장악하면서 EU와 정면 대치했다. EU는 사상 최초로 회원국 의결권을 제한하는 리스본 조약 7조의 발동까지 검토했다.
슬로바키아와 몰타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부패 문제를 취재하던 탐사보도 언론인들이 최근 암살됐다. 또한 억만장자인 체코 총리 안드레이 바비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EU 보조금 편취 혐의로 기소됐으며,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도 조직범죄와 부패 문제로 EU와 자주 부딪히는 국가들이다.
일부 서유럽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심상치 않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정치인 20여명이 반역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데, 비폭력적 정치인이 투옥 중인 것은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게 래흐먼의 지적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연정에 참여한 극우 자유당이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 정보기관 길들이기에 나서 논란을 빚었다.
총선에서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아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오르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다.
래흐먼은 EU의 오랜 멤버인 일부 서유럽 국가들은 구 소련 출신 국가들을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사실을 한탄하지만, 이는 자신들만큼은 정치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 무사안일주의라고 지적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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