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 ④ '벌써 잊었나'…제도 개선했지만 또 풀어진 안전

입력 2018-04-12 06:20  

[세월호 4년] ④ '벌써 잊었나'…제도 개선했지만 또 풀어진 안전
선박 안전기준·선원교육·안전관리체계 업그레이드
해운 종사자·이용객들 안전 불감증 다시 고개 우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해양·선박의 안전과 관련한 법·제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폭 강화됐다.
다시는 세월호처럼 문제가 많은 선박이 당국의 관리 허점을 비집고 운항하다가 대형 참사를 초래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선박 안전기준과 선원교육, 안전관리체계를 보강한 것이다.
해사안전감독관 제도의 도입은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해양수산부 소속 감독관들이 전국의 지방해양수산청에 파견돼 연안여객선 선사와 선박을 지도·감독한다.
세월호가 출항했던 인천항의 경우 감독관 4명이 배치됐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배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선박 운항관리자는 선사 단체인 해운조합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셀프 검사'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런 관리 허점을 극복하기 위해 운항관리자의 소속을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바꿨다.
항만에 배치된 해사안전감독관이 이들 운항관리자의 이행 실태를 다시 한 번 지도·감독하는 이중 구조를 갖췄다.


세월호 참사에서 선박 노후화와 부실검사로 인한 설비 결함, 선박의 무리한 개조로 인한 복원력 상실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여객·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 기준은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강화됐다.
선박 개조도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만 가능하게 했다.
300t 이상 연안여객선은 선박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선박항해기록장치(VDR)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처럼 법과 제도 측면에서 수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바다 현장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과 '설마' 의식은 시나브로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2월 초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정기 카페리선(여객과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선박)의 출항이 예정보다 무려 4시간 반가량 지연된 것이다.
'카페리선의 고박(화물을 선박에 고정시키는 것)이 불량하다'는 신고를 접수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해당 선박의 운항 스케줄을 확인한 뒤 선박 검사관들을 투입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의 하나로 과적과 허술한 화물 고박이 지적된 바 있다.
해수청 검사관들은 해당 카페리선이 컨테이너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도록 한 국제화물고박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고, 모든 화물을 배에서 내린 뒤 다시 싣도록 조치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선박에 실은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배가 복원력을 잃을 수 있다"며 "승객과 선사 입장에선 장시간 출항 지연이 불편했겠지만 다시 화물을 꺼내 지침대로 고박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안전점검에서 중대결함이 적발돼 항행정지 처분을 받은 연안여객선은 20척에 달한다.
항행정지 사유로는 기관설비 결함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선체 파공·균열 등 손상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박장치 불량, 선교설비 고장, 선박 증서 미비, 항해 안전저해요소도 각각 1건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 부실한 구조 역량을 드러낸 탓에 해양경찰청이 해체됐다가 2년 8개월 만에 부활하는 곡절을 겪은 해경의 신뢰 회복 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해 15명이 사망했을 당시 해경의 출동 지연으로 인명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또 제기됐다.
출동 지시 접수 후 구조 보트 출항까지 20분이나 걸렸고 인근 파출소에 수중 수색을 할 수 있는 잠수 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에서 해경과 112상황실 근무자가 각각 신고자에 비슷한 질문을 되풀이하는 등 미숙한 대응도 지적받았다.
해수부는 이달 초 내놓은 후속 조치로 낚시, 어업 겸업 어선의 경우 선장이 2년 이상의 승선경력이 있어야 운항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전까지는 별도의 승선경력 없이도 낚싯배 운항이 가능했다.
선사를 비롯한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현장의 고충을 쏟아내고 있다.
연안여객선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배표를 팔 때와 배에 탈 때 2차례 승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는 데, 이런 기본적인 검사에도 짜증을 내며 협조하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엄격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용자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다에 안개가 끼어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면 섬 주민을 비롯한 이용객들은 '배에 달린 레이더로 운항하면 되지 않느냐'고 거칠게 항의한다"며 "육지로 치면 눈을 감고 운전하라는 셈인데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운 관계자들은 안전과 관련한 법·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도 사회적으로 안전 불감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또다시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종호 인천해수청 선원해사안전과장은 "참사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시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며 "운항 종사자, 이용자, 감독기관 모두가 선박 안전운항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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