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고용주는 고용인이 전 직장에서 받던 임금을 근거로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법원 제9 항소법원은 9일(현지시간), "직원들이 이전 직장에서 각각 얼마를 받았든 고용주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켜야 하며, 여성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11명의 판사로 구성된 제9 항소법원 재판부는 미국 '임금평등법'(Equal Pay Act)상 고용주가 직원의 전 직장 급여 수준을 기준 삼아 남·녀에 급여 차를 두는 것은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NBC방송은 "이번 판결은 제9 항소법원 3명의 판사진이 지난해 만든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연방 항소법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거나 복잡한 사안인 경우 11명 전원합의체 재심을 허용하고 있다.
스티븐 라인하트 법원장은 "이전 급여를 기준으로 임금 격차를 허용한다면 취업시장의 차별 문화에 기반을 둔 남녀 임금 격차는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라인하트 법원장은 지난달 심장마비로 타계하기에 앞서 작성한 판결문에서 "임금평등법이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50년 이상 금지해왔지만, '일하는 여성에 대한 재정적 착취'라는 부끄러운 현실은 계속 돼왔다"고 지적했다.
전미 여성 법 센터(NWLC)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백인) 여성은 (백인) 남성이 1달러를 받고 하는 일을 80센트만 받으며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색인종의 경우 그 격차가 더 벌어져 흑인 여성은 63센트, 미국 원주민 여성은 57센트, 히스패닉계 여성은 54센트를 받았다.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 카운티 공립학교 교직원 에일린 리조가 제기한 소송 결과로 나왔다. 리조는 2012년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동일 직종의 남자 직원이 자신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소송을 제기했다.
프레즈노 카운티 교육청은 2009년 리조를 수학 컨설턴트로 고용하면서 연봉 6만3천 달러(약 6천7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교육청 측은 "기본 원칙에 따라 리조가 이전 직장인 애리조나 주 중학교에서 수학교사로서 받던 급여에 5%를 더 얹어주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임금평등법은 1963년 존 F.케네디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고용주가 동일한 작업 환경 하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에게 남성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됐으나, 연공서열·공로·작업 양과 질 또는 성별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