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군사시설 건설 막고 이란-시리아-레바논 '시아파 벨트' 차단 분석도
시리아서 철군 추진 미국에 "잔류 바란다"는 신호 보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스라엘 전투기가 지난 9일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것으로 기정사실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특별한 손해도 입지 않고서 시리아 공습을 감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 NCND(시인도 부인도 안 함)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리아와 그 동맹인 러시아, 이란은 모두 이스라엘을 공습 주체로 지목했다.
미국 정부의 관리들도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했다고 확인했다고 미국 매체는 전했다.
이번 공습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인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하고 나서 이틀 뒤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공습의 주된 의문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따른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도 아닌 데다 시리아내전 불개입 원칙을 견지해 온 터라 그 배경이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CNN은 이스라엘 전직 군 간부 등의 분석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공습을 단행했을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관련해 이란군의 시리아 영토 주둔에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영토에서 이란의 군사시설 건설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레드라인'(한계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군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가 이스라엘의 주적인 레바논 시아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이스라엘 전 공군 소장인 에이탄 벤 엘리야후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사용 의혹은 대응 없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에 공습을 받은 시리아 홈스주(州)의 T-4 공군기지가 이란의 군사시설로 이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파문을 빌미 삼아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란 견제 목적으로 이 기지를 타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이스라엘 야당 '예시 아티드' 대표 예어 라피드가 "우리가 얘기하는 T-4 기지는 더는 시리아 기지가 아니다. 시리아와 이란의 기지"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공군기지에는 실제 이란 국적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도 이란인 4명이 이 공습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 소속 장교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시리아내전의 그림자 속에서 이란-이스라엘 갈등 고조'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WP는 시리아 공군기지 공격이 점증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을 새롭게 주목받게 하고 있다며 이 기지는 이스라엘이 과거에도 최소 한차례 타격한 곳이라고 전했다.
WP는 이어 이란이 내전의 혼란을 틈타 시리아에서 군사적 기반시설을 지으려 시도 중이며 이스라엘은 수십 차례 공습을 통해 이를 저지하거나 최소한 그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미래 충돌을 고려해 시리아에서 군사적 역량을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분석가인 오페르 잘츠베르크는 "이 사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스라엘을 겨냥한 시리아 내 이란의 잠재적인 무인기 운용 능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인 것으로 보인다"고 WP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이란제 무인기가 자신의 영공으로 날아왔다는 이유로 "시리아 중부의 이란군 주둔지를 공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이스라엘은 '화학무기 파동'을 명분 삼아 이란-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 구축 차단 시도로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단행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시리아 내 미군 주둔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고 앞으로 시리아 사태 후속 조치에 대한 지렛대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에 우려하면서도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이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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