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집착'…결별 선언 애인에 흉기 보복한 30대

입력 2018-04-11 10:00  

'끔찍한 집착'…결별 선언 애인에 흉기 보복한 30대
피해 여성, 얼굴에 10cm 자상…경찰, 후원금 모금 나서기로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다시 만나달라는 옛 애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흉기 보복을 당해 얼굴에 큰 흉터가 남는 등 만신창이가 된 20대 여성의 안쓰러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 18일 오후 9시 55분께 경기도 안산의 4차로 도로에서 교통 체증으로 서행하던 승용차 조수석에서 A(20대·여)씨가 문을 열고 도로로 몸을 던졌다.
도로를 뒹굴던 A씨의 얼굴은 흉기에 찔려 피가 나는 상태였으나, 차는 A씨를 다시 태우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버렸다.
뒤따르던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A씨를 흉기로 찌른 사람은 이 차 운전자인 옛 애인 이모(31)씨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의 중소기업에 취직한 A씨는 2013년 친구의 소개로 이씨를 만났다.
A씨는 착하고 자상한 이씨에게 반해 교제하기로 했으나, 얼마 못 가 이씨의 폭력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이씨는 툭하면 '욱'하곤 했다. 대화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화가 난다 싶으면 욕설을 내뱉는 등 크게 흥분했고, 운전 중에는 주먹으로 유리창을 치고 난폭하게 차를 몰았다.
늘 위협을 느낀 A씨는 수차례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이씨는 매번 순한 양으로 돌변해 울면서 매달렸다.
5년간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던 A씨는 이씨가 화내는 강도가 세지고 빈도도 잦아진 지난해 11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마지막 작별을 고한 뒤 연락을 끊었다.
그러나 이씨는 3개월이 지난 사건 당일 오후 9시 20분께 "잠깐 이야기 좀 하자"라며 A씨를 차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A씨에게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너와 네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라며 주먹을 휘두르고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한 손으로는 A씨의 머리채를 붙잡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운전하다가 A씨가 달아나려 하자 문구용 칼로 얼굴과 목 부위를 4차례 찔렀다.
30여 분간 끔찍한 폭력에 시달리던 A씨는 차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범행 직후 서울 신림동으로 도주해 한 아파트 13층에서 투신했다. 자동차 보닛 위로 떨어진 이씨는 허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사흘 만에 의식을 회복했으나 체포를 피하지 못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A씨는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씨의 흉기에 오른쪽 눈부터 귀까지 10㎝가량이 찢기고 패였으며, 목 부위에는 15㎝가량이 긁히는 상처가 났다.
주먹에 맞아 오른쪽 눈 주변 안와골절상을, 차에서 뛰어내리면서 온몸에 타박상을 각각 입었다. 앞니 2개는 신경이 죽을 정도로 크게 부상했다.
A씨는 얼굴에 난 흉터를 제거하기 위해 최소 10차례의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꾸준히 상담하면서 의료비와 생계비, 심리치료, 법률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지원을 의뢰했다.
또 전문가가 피해자의 범죄 피해 정도를 평가해 사건 기록에 첨부, 양형을 판단하는 기준에 효력을 미치도록 하는 '범죄 피해 평가제도'를 실시했다.
아울러 A씨의 피해 사례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gyeonggipol)에 올리고, 누리꾼을 대상으로 소셜 펀딩을 벌여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A씨는 경찰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보호전담경찰관 김영빈 경사는 "피해자는 '차차 좋아지겠지'라고 생각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라며 "연인 사이의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위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관내 데이트 폭력 사범 검거 건수는 2016년(2월부터) 1천106명, 지난해 1천886명으로 늘었으며,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기준 251명이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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