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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프랑스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가슴을 드러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유진 들라크루아. 1830) 그림을 관람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저녁 초대를 받아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 전시된 작품과 유물을 둘러봤다.
마침 루브르 박물관에선 19세기 유명 화가 들라크루아의 특별전이 열렸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연스럽게 들라크루아의 세계적 명작인 이 그림도 감상했다.
이 그림에서 자유의 여신이 가슴 부위 전체를 드러낸 반나체로 그려졌다는 점에 뭇 언론과 평론가의 시선이 모였다.
주요 언론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슴을 드러낸 그림'을 봤다는 점을 부각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사우디의 사회 관습상 여성의 누드는 물론 팔과 다리를 노출하는 복장도 금지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에 수입되는 외국의 책, 영화, 드라마 속에서 여성의 노출 장면이 삭제되거나 검게 덧칠된다.
중동에서 종교적 통제가 가장 약한 편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세계적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여성의 노출을 표현했다면 종교적으로 금기로 취급된다.
AFP통신은 9일자 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상징과 제스처로 그의 외교술에 양념을 치려고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를 루브르로 데리고 와 사우디에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려고 했나"라고 추론했다.
이 매체는 "이 그림을 초강경 보수 국가 사우디의 후계자에게 보여주기엔 위험한 선택이었다"면서 "사우디는 최근까지 콘서트에서 남녀가 섞여 앉을 수 없었고 여성이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하는 엄격한 복식을 강제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만큼 이슬람 율법이 강하게 지배하는 이란의 경우엔 달랐다.
2016년 1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해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여성의 노출을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비너스상 등 유명 누드 조각상을 박스 모양의 흰색 판으로 모두 가렸다.
일각에선 왕국의 왕세자에게 왕정을 무너뜨리는 프랑스의 7월 혁명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감상하도록 유도한 것은 사우디의 혁신적 변화를 주문하는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온건한 이슬람 국가를 향해 파격적 개혁을 주도하는 만큼 예술작품에까지 종교적 율법을 적용하려 하는 과거 관습을 깨려고 이런 장면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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