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로 교감하고 치유하는 영화 '콜럼버스'

입력 2018-04-11 10:00   수정 2018-04-11 10:12

건축물로 교감하고 치유하는 영화 '콜럼버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 인디애나주 동남부에 있는 콜럼버스. 인구 4만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미국 현대건축의 메카로 유명하다. 늦여름 어느날 한국인 진(존 조 분)이 착잡한 표정으로 이곳 지역병원에 들어선다. 번역가로 일하는 진은 건축학 교수인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지는 바람에 트렁크를 끌고 서울에서 날아왔다.
아버지는 언제 깨어날지 기약이 없다. 서울의 편집자는 콜럼버스까지 전화를 걸어 마감일을 지키라고 닦달한다. 겹겹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진은 숙소 앞에서 우연히 만난 케이시(헤일리 루 리처드슨)에게 담배를 빌리며 가까워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케이시는 대학 진학을 미루고 동네 도서관에서 일한다.



서울에서 온 이방인 남자와 미국 소도시의 토박이 여자. '콜럼버스'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남녀가 짧은 기간 주고받는 특별한 교감을 담은 영화다. 고즈넉한 도시 풍경과 모던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둘의 매개가 된다.
케이시는 동네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건축을 사랑한다. 건물마다 좋아하는 순위를 매겨놓고 각각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 큰 도시에서 건축을 공부해보고도 싶지만 약물중독인 어머니를 두고 고향을 떠나지 못한다. 케이시는 엘리엘 사리넨, 제임스 폴? 등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진에게 하나씩 소개하는 건축물 가이드가 된다. 케이시의 인생과 고민이 담긴 설명을 들으면 네모반듯한 건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진은 케이시와 여러 면에서 반대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케이시와 달리, 진은 아버지와 대화를 해본 기억이 많지 않다. 건축이 케이시에게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했다면, 진에게는 상처를 줬다. 이민자로서 건축학 분야의 저명인사가 되고, 모더니즘을 자신의 종교로 여기며 신봉했던 아버지가 아들을 어떻게 대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진은 케이시와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 노트 속 건축물들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간다.
별다른 사건 없이 건축과 예술, 인생에 대한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 기다림과 죽음, 부모자식의 관계, 이민자의 정체성 같은 진지한 화두들이 스크린을 스치지만 관객을 짓누르지는 않는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콜럼버스의 건축물들이라고 할 만하다. 카메라는 두 사람만큼이나 건물들을 정적인 시선으로 자주 비춘다. 건축을 치유예술로 여겼다는 제임스 폴?의 말처럼, 관객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비디오 에세이스트 출신인 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은 건축 설계하듯 정교하게 화면을 구성했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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