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특별관리' 민원인 174명…혼자 2만5천번 민원제기

입력 2018-04-11 12:00  

권익위 '특별관리' 민원인 174명…혼자 2만5천번 민원제기
권익위 특별민원조사관 분석…막대한 행정 비효율 초래
특별민원 처리 비법은…"첫 만남에 격한 반가움 표시해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의 '특별민원조사팀'에서 전담하는 악성·고질민원인이 17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12년 동안 혼자서 2만5천 건이 넘는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도 있다.
권익위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부처·지자체·공직 유관단체의 민원담당자 6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특별민원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에서 권익위 특별민원조사팀의 이용범(52) 조사관은 악성·고질 민원 처리에 대한 경험과 비법을 강연한다.



권익위는 2011년 7월 베테랑 조사관 3명을 배치해 악성·고질 민원을 전담하는 특별민원조사팀을 설치했다.
특별민원조사팀이 현재까지 맡은 민원인은 총 174명이며 ▲반복형 76명 ▲시위·난동형 18명 ▲폭언·협박형 46명 ▲고소·고발형 18명 ▲기타 16명으로 분류된다.
A씨는 2006년부터 2만5천566건, B씨는 2009년부터 1만783건, C씨는 2000년부터 5천625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유형별로는 매일 1∼3회씩 전화를 걸어 폭언·욕설을 하고 상급자 면담을 요구하는 민원인이 있는가 하면 매주 1∼2회씩 아예 권익위로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도 10명 안팎으로 고정돼 있다.
이 조사관은 "특별민원 1건당 최고 30명, 평균 4.8명의 조사관이 개입했다"며 "폭언·폭행·방문상담·상급자 면담요구·1인시위 등으로 막대한 행정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민원을 행태에 따라 ▲생계형(빈곤 소외계층의 폭력적·떼쓰기 민원) ▲막무가내형(자살협박·나체시위·소복시위 등) ▲지능형(공무원 출신 등의 고소·협박) ▲전문가형(경험과 지식 신봉하며 트집 잡기)으로 나눴다.
이 조사관은 특별민원인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강한 감정을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민원 처리 비결과 관련해선 전화민원이든, 방문민원이든 첫 만남에서 격한 반가움을 표시하고, '경청→공감→맞장구'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제시했다.
격한 반가움을 표시하면 민원인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공무원 스스로가 본인의 감정을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 이 조사관의 설명이다.
아울러 장시간 전화민원으로 감정이 고조될 때는 "의자를 거의 누울 정도로 뒤로 젖히고, 바쁜 업무에서 떠나 쉬겠다는 생각을 하며 측은지심을 가지라"는 현실적인 대응책도 내놓았다.
또 고질·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신뢰·친밀관계를 조성하면 면담시간·장소·방법을 통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큰 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조사관은 "민원인 중에는 관심과 격려, 치료, 보호가 필요한 분이 있을 수 있는데 공무원이 업무가 바빠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해서 특별민원인이 된 경우도 있다"며 "같은 수준의 감정대응이 아닌 상황에 따른 적절한 응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익위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도 비서실 또는 감사실에 '특별민원 전담직원'을 두고 전적으로 밀어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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