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저질 밀조주 사태 사망자 82명으로 증가…더 늘어날 듯

입력 2018-04-11 11:48  

인니 저질 밀조주 사태 사망자 82명으로 증가…더 늘어날 듯
호흡곤란·의식불명 등으로 치료받은 피해자도 150여명 달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도권과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저질 밀조주 유통 사건으로 숨진 주민의 수가 80여명으로 늘었다.
11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서(西)자바 주에서 중독 증상을 보이다 숨진 주민 수가 5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밝혔다. 이달 초 자카르타와 수도권 일대에서 저질 밀조주를 마신 주민 31명이 숨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사망자는 82명에 이른다.
서자바 주의 주도이자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인 반둥 주변에선 이달 5일부터 길거리 가판에서 밀조주를 사 마신 주민들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벌어져 왔다.
현지어로 '오플로산'(oplosan·혼합물)으로 불리는 밀조주를 마신 주민들은 오심과 구토, 호흡곤란, 의식불명 등 증상을 보였다.
이런 밀조주는 보통 알코올과 에너지 음료, 인삼 농축액 등을 혼합해 제조된다.
일부 제조업자들은 특이한 맛을 내기 위해 모기 퇴치제 등 식용이 불가능한 재료를 섞기도 하며, 간혹 맹독성인 메틸알코올(메탄올) 등이 잘못 사용되면 이번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서자바 주 경찰 관계자는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가 알려진 것만 150여명에 달하는 만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전날까지 밀조주 제조자와 판매업자 7명을 체포해 밀조주에 독극물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도네시아 법상 이들은 최장 20년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른 정황을 볼 때 누군가 메탄올 등 독성 물질을 밀조주 제조업자들에게 잘못 유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지만, 다른 종교에 관용적인 문화 때문에 대도시 등에서 주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주류세율이 높아 가격이 비싼 탓에 일반 서민들은 잔당 1만5천∼2만 루피아(약 1천100∼1천500원)에 팔리는 밀조주를 주로 마신다.
일각에선 서자바 주를 비롯한 각 지방정부가 금주령을 내리는 등 알코올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온 것도 밀조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난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싱크탱크인 인도네시아 정책연구센터(CIPS)의 수기안토 탄드라 연구원은 "알코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밀조주 소비를 늘릴 뿐"이라면서 관련 규제를 적당한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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