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안학교, 당사…서울시장 출마 '장소의 정치학'

입력 2018-04-11 14:19  

광화문, 대안학교, 당사…서울시장 출마 '장소의 정치학'
박원순·김문수, '선거 본진' 당사 선택…안철수는 서울시의회
박영선 '대안학교', 우상호 '광화문'…출마선언 장소 차별화 경쟁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상민 한지훈 서혜림 설승은 기자 = '6·13 지방선거'의 메인 이벤트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내며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서울의 가치를 상징하는 동시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출마선언 장소를 놓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여 주목을 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박영선 의원, 우상호 의원의 3파전으로 경선이 시작된 가운데 박 의원과 우 의원은 지난달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시정에 전념하기 위해 출마선언을 최대한 늦춘 박 시장은 12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다.
박 시장은 오전 8시 국립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박 시장 측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마장소 선택에 대해 "민주당이 추구하는 시대적 가치인 '정의·안전·통합·번영·평화'가 박 시장이 6년간 시정에서 민주당원으로서 지켜온 가치와 동일하다"며 "서울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선택을 두고 '민주당 DNA'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11년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될 때만 해도 무소속 후보였던 만큼 경선 경쟁자인 박영선 우상호 의원보다 '민주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때도 당내 지지세력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열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에 당사에서 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 서울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박 시장 측의 전략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한 곳이기도 하다.



'숨 막히는 서울을 숨 쉬는 서울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박 의원은 이곳에서 파란색 정장을 입고 시민을 위한 공개 강의인 '테드'(TED)식 프레젠테이션으로 서울시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마를 선언하는 대신 '선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울을 약속하기에 알맞은 장소였고, 반응도 좋았다"고 자평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1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사태에 대항해 민심이 집결한 곳이 광화문인 만큼 이곳을 택했다는 것이 캠프 측의 설명이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촛불민심을 받든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광화문을 장소를 택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역시 광화문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개혁을 성공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 "서울을 바꾸라는 것은 광화문 촛불의 명령"이라며 "담대한 변화로 '아침이 설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지방선거를 총지휘하는 당의 '본진'에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문재인 정부 심판론' 고공전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각오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단순히 특정 자치단체장의 이미지를 넘어 서울시장 후보로서 전국지방선거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선거캠프 또한 여의도 당사에 차리기로 했다.
별도의 사무실 임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중앙당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강화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를 치르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는 김 전 지사의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의회 건물이 옛 2∼9대 국회로 쓰였던 만큼 민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동시에 근현대사를 뒤로하고 서울의 미래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안 위원장 측은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또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있는 동일빌딩에 '미래캠프'를 꾸리고 지난 8일 캠프 개소식을 했다.
동일빌딩은 박 시장의 캠프가 마련된 안국빌딩과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다. 직선거리로 100여m, 걸어서는 2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까운 거리다.



안 위원장은 개소식 때 기자들에게 캠프 내부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안국빌딩을 바라보면서 7년 전 박 시장에게 한 '아름다운 양보'를 거론, "저기에 편지를 주러 갔던 것이 생각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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