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명예 대신 시골초등학교 맡은 명세터 출신 배구국가대표감독

입력 2018-04-11 13:53  

부·명예 대신 시골초등학교 맡은 명세터 출신 배구국가대표감독
이성희 고창 흥덕초 감독 "유소년 배구 활성화해야 배구 발전"



(고창=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국가대표 감독까지 지낸 유명 배구인이 이름없는 시골 초등학교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전북 고창 흥덕초등학교 남자배구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성희(51)씨다.
이 감독은 전북도교육청의 학교운동부 지도자 공개채용에 응시해 흥덕초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려증권 배구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국가대표 출신 명세터로 슈퍼리그 MVP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거쳤다.
현대건설, GS칼텍스, KGC인삼공사 감독과 국가대표 여자배구팀 감독을 지내는 등 지도자로서도 큰 성공을 이뤘다.
부와 명예를 뒤로 한 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농촌 초등학교 팀을 선택한 데 대해 이 감독은 "유소년 배구가 활성화돼야 우리나라 배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평소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교생이 72명에 불과한 데다 주변에도 학교가 없는 농촌이어서 제대로 된 선수단 구성 자체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배구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해 아이들을 선수로 키우려는 학부모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감독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며 희망을 찾고 있다.
그는 오전 7시면 학교에 나와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를 한다.
하루 4시간씩 아이들을 지도하고 학교 도서관에 남아 밤 10시가 넘도록 배구를 공부한다.
그의 명성과 노력에 아이들은 곧바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침 운동시간에 늦을까 봐 택시를 잡아타고 올 정도로 의욕이 높아졌다.
선수 모집에 애를 먹었지만 이 감독 부임 이후 한 달 만에 배구부원이 7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아이들이 이 감독을 따르는 것은 소통과 자율의 리더십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아이들과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감독이 아무리 애써도 소용이 없다"며 "아이들을 존중해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1차 목표는 내년 전국체전에 전북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전국 단위 대회에서 우승해 아이들이 성취감을 얻고 꿈과 희망도 키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이 감독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학교생활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아이들의 환한 표정을 보면 '고생을 자처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최석진 교장은 "이 감독의 부임은 우리 학교와 지역사회, 아이들에게 상상도 못 했던 축복"이라며 "욕심이겠지만 오래오래 우리 학교에 남아 아이들을 지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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