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푼 노동자들 "고통 분담했으니 정부가 적극 지원, 정상화해야"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노사의 자구계획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일 오후 회사 주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안에선 '환영'과 '안도'하는 반응이 밖으로 전해졌다.
회사 정문에는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여전히 이곳 저곳에 붙어 있었다.
노조는 회사 정상화에 일단 기대를 걸고 지난달 26일부터 이어온 전면파업을 이날 오전부터 풀고 전원이 정상 근무에 들어간 바 있다.
산업은행이 인건비 절감안과 확약서를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는 크게 들뜨는 기색 없이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미 작년부터 심각한 불경기에 문을 닫을 지 여부를 고민해온 식당 주인들도 크게 안도하면서 회사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털어놓았다.
회사 정문 앞에서 만난 한 30대 노조원은 "인적 구조조정이 없는 대신 노조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분담을 생각하면 이번 산업은행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제대로 된 확약서 제출을 위해 '데드라인'까지 넘기며 노사 간 협상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40대 노조원은 "중형조선소 정상화와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해 함께 노력한 모든 이들이 거둔 성과"라며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STX조선이 정상화해야 비로소 이번 결정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아가게 됐지만 인근 지역 분위기는 여전히 말이 아니었다.
인근 상인들은 STX조선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뒤 인근 상권이 이미 초토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행히 법정관리를 피하게 됐지만 직원들이 상당한 수준의 고통을 분담해야 돼 향후 경기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본다는 이들의 얼굴 표정도 밝지 않았다.
협력업체로 추정되는 조선소 인근 공장 부지나 상가에 임대 광고가 예전부터 나붙은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STX조선 바로 앞에서 9년 동안 식당을 운영한 60대 여주인은 "예전에는 야근하는 직원이 많아 저녁까지 식당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점심시간만 지나면 발길이 뚝 끊긴다"며 "점심시간 지나면 아예 문 닫고 퇴근한 지가 꽤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3∼4년 전과 비교해 손님이 30∼40% 줄었고 작년에는 한동안 휴업하는 것도 고려했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STX조선 문제가 바로 지역경제 문제인 만큼 어떻게든 살려달라는 말을 정부와 산업은행에 꼭 전하고 싶다"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STX조선 인근 식당 대부분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후 2, 3시가 되면 일제히 문을 닫는다.
조선소 인근에서 3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주인은 "잘 나갈 때는 직원들이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줄을 서 기다리다 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낮에 10명도 안 온다"며 "1년 동안 1억 넘게 매출을 올리기도 했는데 정산을 해보니 작년엔 2천만원을 겨우 넘은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 임금이 깎이다 보니 한 끼 8천원짜리 우리 식당은 잘 찾지 않고 바로 옆 분식집에서 공깃밥이 공짜로 나오는 3천원짜리 라면을 주로 먹는다"며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으나 하루하루가 힘겹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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