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2명, 논문·수업참여 없이 석사학위 취득 의혹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스페인 정치권이 '가짜 학위'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끌시끌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스페인의 두 유력 정치인이 가짜 석사학위 소지 의혹으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당사자는 스페인 집권 국민당(PP) 소속으로 마드리드 지방정부를 이끄는 크리스티나 시푸엔테스와 스페인 의회 의원이자 같은 당 홍보 담당 부본부장인 파블로 카사도다.
두 정치인은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명문대 후안카를로스 국왕대학에서 논문 작성이나 수업참여 없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푸엔테스 시장의 '가짜 학위' 의혹은 스페인 현지 매체 '엘디아리오'가 지난달 21일 처음 제기했다.
시푸엔테스는 곧바로 이를 반박하며 해당 매체에 소송 협박을 가한 뒤 3명의 서명이 담긴 한 증명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증명서에 적힌 3명의 이름 중 2명의 서명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후안카를로스 국왕대도 시푸엔테스가 논문을 작성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가 논문을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시푸엔테스가 수학했다고 주장한 이 대학의 공법(Public Law)연구소 부소장 라우라 누노 교수는 시푸엔테스가 2012년 석사 과정을 밟았음을 보여주는 서류들에 자신의 위조된 서명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나서 사임했다.
누노 교수는 "나는 시푸엔테스에게 어떤 수업도 가르친 적이 없으며 심지어 그 석사 과정을 지도한 일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논란의 당사자인 카사도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석사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수업에 참여한다거나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스페인의 이러한 위조 학력 논란에 학계에서 실망감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드리드에 있는 카를로스3세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파블로 시몬 교수는 "이러한 경우는 대학들 사이에서 일반적이진 않지만 정실주의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긍정적인 소식은 사람들이 부패에 훨씬 덜 관용적이란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몬 교수는 이어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사안은 어떠한 시선도 끌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사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야권이 시푸엔테스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그의 곁에 여전히 서 있으면서 시푸엔테스도 지금까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시푸엔테스가 사임했을 시 국민당(PP)이 스페인 중앙 정부의 장악력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요구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관련한 문제로 이미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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