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리아서 화학공격 확신"…응징방법 선택만 남아

입력 2018-04-11 16:40   수정 2018-04-11 16:59

미국 "시리아서 화학공격 확신"…응징방법 선택만 남아

국제기구 조사엔 무관심…국무부 "미국 자체 정보 있다"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군에 72시간 특별 경계령"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정부가 시리아에서 화학공격이 벌어졌다는 의혹에 거듭 확신을 나타냈다. 응징 방법 선택만 남겨둔 셈이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시리아 수도 동쪽 동(東)구타 두마 구역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미국은 화학무기류가 그곳에서 쓰였다는 것을 알고 있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나워트 대변인은 "OPCW의 조사 착수 일정은 알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자체 정보력이 있고 OPCW는 자신들의 현장 정보가 있으니, 서로 정보 종류가 다르다"고 답변했다.
국무부는 OPCW를 중립적인 기구로 인식한다면서도 미국은 자체적인 확인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리아는 OPCW의 사실조사팀을 공식 초대했다.
OPCW는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되, 사용 주체를 가리지는 않는다.
러시아·시리아가 OPCW를 통한 조사를 강구하는 것은 화학공격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OPCW의 조사와 무관하게 화학공격 발생을 확신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화학무기 사용 주체를 응징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미국이 서방과 군사적 수단을 선택한다면, 시리아군에 타격을 주면서도 시리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과 충돌을 피하는 방식과 수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군사 전문 언론은 배수량 10만3천t의 핵 추진 항모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이 11일 모항인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항을 출항, 지중해 해역으로 향한다고 미 해군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독일 해군의 유도 미사일 호위함 헤센도 트루먼 항모전단에 합류해 초계 임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시리아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유도 미사일 구축함 한 척을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이 이미 지중해 동부 해상에 배치됐고, 구축함 포터도 시리아에 며칠 내로 도착할 수 있어 지시를 받는 즉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전군에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정부가 전군에 72시간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리아정부 소식통은 AFP통신에 "특히 공항과 기지에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고 말했다.
수도 다마스쿠스 주민들도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다마스쿠스에 사는 아부 파디(70)는 "내가 본 미국 대통령 7명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가장 미친 사람"이라며 "그의 위협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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