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퇴 촉구 파상공세…'정의당 데스노트'에 김기식 오를 듯
與, 총력 방어에도 수세에…선거악재 우려에 기류 변화 조짐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한지훈 이슬기 기자 =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사퇴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고,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정의당도 김 원장의 사퇴 촉구 쪽으로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로 사퇴까지 이를 사안은 아니라며 '김기식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권 내에서도 김 원장에 대한 약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야당은 11일 '갑질 외유' 의혹에 더해 후원금 모금, 정치자금 사용처 등으로 김 원장에 대한 공격 전선을 확대하며 사퇴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뿐만 아니라 김 원장 임명 당시 기대감을 나타낸 정의당마저 사실상 자진 사퇴 촉구로 입장이 기울면서 민주당이 더욱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이날 김 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과 관련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자신이 속했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더좋은미래'에 의원 임기종료 직전 5천만 원을 후원한 일을 거론하면서 "더좋은미래에 셀프 후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임 불가'의 입장을 고수하는 청와대를 겨냥한 야당의 공세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분명히 형사책임을 져야 할 김 원장의 비리를 묵과하면서 내 편이고 내 코드라는 이유로 유임시키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시민단체 출신인 김 원장의 불법행위는 가히 '적폐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며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원장을 향한 야당의 비판은 정의당에서 정점을 찍었다.
추혜선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인사의 원칙이 '적법'이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벗어났다는 공개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이대로 논란이 지속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 대변인은 "김 원장의 거취 문제가 유보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닿았다고 판단하고, 내일 아침 열리는 상무위에서 당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원장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조각 당시 사퇴를 촉구한 공직 후보자들이 연달아 낙마해 회자한 '정의당 데스노트'에 김 원장의 이름이 오를 것으로 보여 그의 거취가 더욱 주목된다.
민주당은 일단 '해임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김 원장을 엄호하는 데 힘을 쏟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장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점입가경"이라며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야비하기까지 한 과도한 비난과 의혹 제기는 인격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대변인도 논평에서 "일부 야당과 언론이 연일 금감원장의 해외출장에 관해 침소봉대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금감원장의 과거 의원 당시 해외출장에 동행한 직원의 성별(여)과 진급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전혀 본질과 무관한 것으로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이 침소봉대식의 의혹 제기와 비난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지만 김 원장 해임으로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인식과는 달리 내부 일각에선 자진 사퇴 불가피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김 원장을 향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점이 더욱 부각돼 민심 악화로 이어질 경우 6월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우 원내대표에게 '김기식 원장 문제가 심각한 만큼 민심을 청와대에 잘 전달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고, 이는 언론 카메라에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시민 전화도 많이 받고 시장, 군수, 구청장 후보들의 캠프 개소식에 다니면서 편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당정 협의를 할 때 국민 눈높이에서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민심을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자였다"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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