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 외무장관이 밝힌 독일의 '불편한 현실'은?

입력 2018-04-11 17:48  

독일의 전 외무장관이 밝힌 독일의 '불편한 현실'은?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지그마어 가브리엘 연방의원이 9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기고문을 게재하고 "독일의 불편한 현실"을 나열했다.
가브리엘 의원은 대연정 1당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국가가 통제력을 잃었다고 최근 우려한 것을 두고 슈판 장관의 언급 중 뭐가 맞고 뭐는 맞지 않는가를 나름대로 따지는 글을 기고했다.
가브리엘 의원은 한때 사민당 당수로서 총리까지 꿈꾼 독일 제2 대중정당의 '최고권력'이었지만 지금은 정부 각료로 입각하지 못해 일반 의원으로만 활동하므로 운신이 이전보다 매우 자유롭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보이는 걸 보려 하지 않는 것"이라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팽킬크로의 정의를 먼저 인용했다.
그는 오해받을까 봐 걱정해서 불편한 현실에 눈을 감는 것, 즉 "진실 침묵"으로 정치적 올바름이 이해되고 있다고 했다.



가브리엘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이민자가 80% 넘는 유치원과 학교는 대부분 가지 않고, 우리가 밤에 감시 없는 광장에 가지 못하거나 너무 들어 찬 대중교통수단에는 의존하지 않으며, 베를린에 있는 리가어 거리에는 살지 않는 것"을 불편한 현실의 예로 들었다.
리가어 거리는 버려지거나 빈 건물이 많고 이를 점거하는 행위, 즉 스?이 더러 벌어지는 곳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가브리엘 의원은 또 "우리가 사보험에 가입하고 있어야만 병원에서 (공보험 가입자보다) 진료 약속을 빠르게 잡고 병원장 특진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매일같이 일하러 나가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우리가 어렴풋하게나마도 느끼지 못하는 것, 45년간 직장에서 일하고 은퇴해도 월간 고작 1천 유로(132만 원)밖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또 다른 사례로 꼽았다.
가브리엘 의원의 이 글은, 그가 애초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반향을 일으켰다.
기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의 마르쿠스 블루메 사무총장은 "사민당의 완전한 비참함"이라면서 "가브리엘 주장의 많은 부분이 옳지만,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라는 취지로 비판했다고 일간 디벨트가 전했다.
기민당의 볼프강 보스바흐 전 연방의원은 가브리엘의 병원진료 차별 발언을 끄집어내 "나는 66세부터 사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다른 이들과 똑같이 진료 대기를 할 것이고 특혜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많은 연방의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중지 빌트가 보도했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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