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 "시리아 등 지정학적 요인이 원인…조만간 회복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의 대러 제재 확대로 촉발된 러시아 루블화 추락 현상이 11일(현지시간)에도 지속됐다.
이날 모스크바 증시에서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한때 지난 2016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64루블을 넘어섰고, 유로화 대비 루블화 환율도 201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0루블 선을 뛰어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루블화 가치는 앞서 지난 9일 4.1% 폭락하며 2015년 6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추락세로 들어선 뒤 연사흘 불안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루블화 추락은 이달 6일 미국이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투자자들의 러시아 자산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루블화 추락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신흥 시장 연구 및 전략 연구소 소장 세바스티언 바브는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가 없으면 며칠 뒤면 러시아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장 매도세는 실물경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러) 제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자산 가치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루블화 추락은 유가 붕괴로 인한 지난 2014년 때의 혼란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지금은 유가가 안정돼 있고 러시아는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막 재선됐다"고 긍정적 전망의 근거를 댔다.
모스크바 투자 전문회사 '로코 인베스트' 분석가 키릴 트레마소프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한) 미국의 추가 대러 제재 검토 소식으로 공황적 반응이 나오고 있어 루블화 추락세가 며칠 더 지속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루블은 반드시 제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대에 머물 경우 몇 개월 뒤에는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다시 60루블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상업·투자 은행 '알파 방크'의 수석분석가 나탈리야 오를로바도 "루블화 폭락은 미국의 대러 제재와 시리아 사태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때문"이라면서 "조만간 루블화 환율이 실질 가치 수준인 달러당 55~60 루블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금융 그룹 BCS의 수석 분석가 블라디미르 티호미로프도 "루블화 환율이 지정학적 상황에 달렸다"고 지적하면서 "시리아 사태와 미-러 양자 관계에서 급격한 긴장 고조가 발생하지 않으면 루블화 환율이 곧 회복돼 조만간 달러당 60루블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지정적학적 상황이 악화하면 루블화 추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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