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링캣 "수도 북동쪽 군용비행장서 날아온 헬기서 염소통 투하한 듯"
"사망자 34명 이상으로 파악"…시리아정부 "시리아 공격하려 꾸며낸 구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수도 동쪽에서 화학공격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보인다는 데이터 조사단체의 보고가 나왔다.
데이터 탐사 저널리즘 웹사이트 '벨링캣'은 공개된 영상·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달 7일 밤(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다마스쿠스 동쪽 두마 구역의 한 아파트가 독가스 공격을 받은 후 34명 이상이 숨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보고했다.
벨링캣은 네트워크에 공개된 공격 현장 사진과 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자료의 조작 여부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특화된 웹사이트다. 안보 전문 '네티즌 수사대'로 볼 수 있다.
이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7일 오후 7시 30분께 두마의 알슈하다광장 인근 아파트가 공격을 받아 34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공격이 발생하기 직전 다마스쿠스 북동쪽에 있는 두마이르 군용비행장으로부터 러시아제 밀 헬리콥터(Mi-8 Hip) 2대가 두마 방향으로 비행한 것이 목격됐다.
공격 현장에서는 황색 가스 실린더가 발견됐다. 이 가스 실린더는 과거 염소공격 현장에서 수거한 것과 모양이 같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벨링캣은 두마의 아파트에서 가스공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공격으로 34명 이상이 숨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마 현장의 구호단체 '시리아 민방위', 즉 하얀헬멧과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는 화학무기 의심 공격으로 7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공격 직후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는 러시아·시리아군의 공격으로 100명 가량이 숨졌으며, 20여명이 원인불명의 호흡기 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미국정부는 자체 '정보'로 화학공격이 벌어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시리아정부는 화학공격 발생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시리아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화학공격 주장이 조작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리아 외교부는 "화학공격을 했다는 것이 핑계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면서 "시리아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만든 엉성하고 근거 없는 구실"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어 '시리아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가 "무분별한 자극"이며 "미국 행정부에 원칙과 가치, 지혜와 논리가 결여됐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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