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나란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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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30년 안팎의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시를 써서 발표해온 두 시인이 새 시집을 나란히 내놨다.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홍일표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문학동네)를, 등단 28년을 맞은 박라연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창비)를 출간했다.
홍일표 시인은 1988년 '심상' 신인상을 받고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당선돼 등단했다. 전작 '밀서' 이후 3년 만에 내는 이번 시집에는 61편을 담았다.
출판사 편집자는 홍 시인을 "폭발적인 스타트보다는 점점점 가속이 붙어 피니시 라인에 한층 여유로 몸을 갖다 댈 줄 아는 관록 있는 근육의 내공자"라고 표현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런 시인의 근육과 내공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다듬은 시어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특히 각 시편의 첫 행과 연이 매력적이다.
"나는 부풀어 무명의 신에게 닿는다" ('빵'),
"너는 하나 남은 태양을 쥐고 있다/차고 딱딱한/어느 날의 이별 같은 것/단 한 번의 사랑 같은 것" ('원반던지기 선수의 고독'),
"눈썹은 가볍고 여린 들창 같은 것/그렇게 말하면 어디선가 혼자 비 맞고 있는/눈물방울 같은 아이" ('눈썹')
"휘발하는 당신/아니 내 안의 봄/내 안의 아침" ('나프탈렌')
"남몰래 흐느낀다 너는/입도 입술도 없이" ('알코올')
박라연 시인은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따뜻하고 섬세한 시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왔다. 전작 '노랑나비로 번지는 오후' 이후 6년 만에 내는 이번 시집에는 66편의 시를 담았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더 관대하고 따뜻해진 듯하다. 삶과 죽음까지 여유롭게 관조하는 시인의 세계관이 독자에게도 넉넉함을 안긴다.
"허탈할 때/뭔가 가득 찰 때도 들어갑니다//따뜻하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죠/섭섭한 대로 봉할 수 있어서 다시/풀 수 있어서 늘 희망적입니다" ('봉지' 중)
"제가요/이 세상에서 저쪽으로 훌쩍 뛰어넘어갈/자세를/그러니까 출격 준비를 생각해야 할 지점이군요/날리며 흔들리며/저쪽 세계의 이목구비를 벌어 와서/날마다 바꾸어 가는 계단이군요/저쪽은요/기력이 다 소진되었을 때 가는 곳이 아니군요/엎드려 저축한 세계 그러니까/주저앉았다가 일어서고/또 일어서면서 혼자만 듣는 박수 소리로 올라가네요" ('나부끼며 가는 세계 1' 중)
"성난 불우가/죄 없는 세계의 절반을 점거했을 때에도/누군가의/따뜻함은 흘러가 사과를 붉어지게 하고/상처는 흘러가 바다를 더 깊고 푸르게 하는 걸까"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중)
각 권 136쪽/148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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