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시대를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맙시다"

입력 2018-04-12 11:37  

"남성들, 시대를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맙시다"
남성 페미니스트 교사 최승범 씨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강릉 명륜고 교사인 최승범 씨는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남자 선생님이면서 페미니스트다.
그가 최근 펴낸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생각의힘 펴냄)는 800여명의 남학생이 모인 '남초집단'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어딜 가도 군대 문화와 폭력·음담패설이 빠지지 않는 남성 문화에, 만취하지 않고서는 진솔한 대화와 허심탄회한 관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의문을 가졌던 최씨는 대학 시절 페미니즘 학회에 나가던 후배의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왜 페미니즘을 공부해?",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란 그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얻었던 무형의 이득들, 특히 평온한 가정에서의 일상이 '여성'인 어머니에 대한 착취로 가능했음을 깨달으면서 가해자이자 공모자로 복무해 온 자신과 아버지를 돌아본다.
'수컷 800명이 서식하는' 학교에서 그는 '남페미'로서 학생들을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은근하게, 슬며시' 성평등을 이야기한다. 그가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방식은 주로 국어 교과서의 텍스트를 통해서다.
이육사의 '절정'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각각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로 설명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함께 묻는 식이다. 선생님이 용어의 적절성을 묻기 전에 학생들이 먼저 "이거 구려요"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물론, 저자의 마음처럼 모든 학생이 함께 고민하지는 않는다. '선생님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며 거부감을 보이거나 욕이나 불평이 적힌 교원 평가가 날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학생들의 변화에 희망을 느끼고 800명의 남학생과 동료 교사들을 향해 발언하는 것이 남성 페미니스트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역할임을 확인한다.
그는 남성들에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남성들도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페미니즘은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 인권을 보장해온 역사의 물줄기에 올라타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막거나 외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억압할 시간에 페미니즘을 공부하자. 시대를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말자."
200쪽. 1만2천800원.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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