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부·경원지사 및 직원 주거지…노무법인 출신 변호사 집도 대상
위장폐업 의혹 등 제기된 지역 관할…檢, 부당 노동행위 등 조사 방침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의 지방 지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본격화 이후 두 번째 강제수사에 나섰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부산 소재 남부지사와 경기도 용인 소재 경원지사 등 삼성전자서비스 지사 2곳과 지사 관계자의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등의 국내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각 지사는 관할지역 협력업체(A/S센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전국 각지의 서비스센터 소속 서비스기사 직원들은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노조를 결성해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해왔다.
검찰은 2013년 수사를 시작했다가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최근 추가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회사 쪽이 '노조 진행 상황표'를 만들어 단계별로 노조의 무력화를 실행하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회사 측이 서비스센터 사장들을 상대로 '폐업 시나리오'를 전파하고, 여론 악화 방지를 위해 언론 대응 요령까지 알린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벌인 남부지사는 부산 및 경남 지역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이 지역 노조원들은 협력업체와 단체교섭에 실패하자 2014년 1월 첫 쟁의행위에 돌입했고, 이는 전국적으로 조합원 1천여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으로 확대됐다.
소속 서비스 기사 대부분이 노조원이었던 부산 해운대센터의 경우 실제로 센터 사장이 파업 돌입 직후인 2014년 2월 폐업 공고를 냈다. 노조 활동이 활발했던 아산 및 이천 서비스센터도 곧바로 뒤이어 폐업 통보를 했다.
검찰이 확보한 삼성 측 노무관리 '마스터플랜' 문건에는 노조가입률을 낮추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노조원들의 일감을 뺏거나 노조원을 상대로 표적감사를 한다는 단계별 대응 지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감 뺏기 및 노조탈퇴 종용 시도가 경원지사가 관할한 춘천·원주 지역 서비스센터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됐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활동 대응에 잔뼈가 굵은 외부 전문 노무사들과 자문 계약을 맺고 이런 대응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회사 측은 이들 외부 노무 전문가에 자문용역비로 매달 수천만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6일 수원 서비스 본사 건물에 이어 두 번째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노무법인 출신 변호사 A씨의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A씨를 채용해 노조 활동 대응과 관련한 법률검토를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9일 고소인인 금속노조 관계자를 부른 데 이어 11일에는 나 지회장 등 삼성전자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조사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나 지회장 등 노조 관계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인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과 함께 증거분석 포렌식 작업 등을 위해 지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부당 노동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어 조만간 삼성전자서비스를 포함한 그룹 임직원들 소환조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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