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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동부권 고지대 상공서 강풍 만나, 조종사 충돌사고 과정서 참변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사람들이 탄 열기구 바스켓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강풍에 힘없이 끌려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러댔어요."
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정상적인 착륙에 실패, 나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탑승자들은 열기구가 제대로 착륙하지 못해 급강하하고서 바람에 속절없이 150여m 끌려가 나무와 충돌하기까지 과정을 '공포의 순간'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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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는 오전 7시 40분께 중산간 지대인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체육공원에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고 지점과는 직선거리로 12㎞가량 떨어진 곳이다.
열기구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운항 중 바람도 안정적이고 괜찮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동부권인 조천읍과 표선면 등지의 오름 경관을 창공에서 감상하며 30여 분간 남쪽으로 비행했다.
그러나 남원읍 신흥리 인근에 와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사고 지점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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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고지대에 오자 바람 방향이 이리저리 순식간에 바뀌었다. 난기류를 통과하는 비행기처럼 열기구가 다소 흔들렸다.
그런 차에 고도를 낮추자마자 1차 사고가 터졌다.
들녘에 바람을 막으려고 심어 둔 삼나무 방풍림에 바스켓이 걸려 꼼짝없이 높이 3m가량 공중에 매달렸다.
당황해하는 관광객들을 본 조종사가 키를 올렸다. 바람을 탄 바스켓이 떠오르며 방풍림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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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착륙 지점을 찾으려고 공중을 맴도는 사이 바람은 더욱 세차졌다.
탑승자 양모(43)씨는 "당시 조종사가 '곧 착륙할 것'이라며 탑승자들에게 충격에 대비해 꽉 붙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열기구는 정상 착륙하지 못하고 2m 정도 아래로 급강하하더니 '쿵'하고 땅에 부딪혔다.
균형을 잃어버린 열기구는 거센 바람에 질질 끌려가면서 공이 튕기듯 지상과 충돌을 여러 번 반복했다.
다른 탑승자는 "열기구 바스켓이 흔들리자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가 땅에 충돌하면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공중에 띄우기 위해 천으로 만든 커다란 주머니인 기구가 바람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불려 나가자 사람들이 탄 바스켓도 힘없이 150여m를 끌려갔다.
그 사이 관광객 등 12명은 모두 바스켓에서 떨어져 나갔다.
열기구는 삼나무 방풍림에 다시 충돌하고서야 멈춰 섰다. 이때까지 조종사 김종국(55) 씨는 열기구 안에서 키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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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구조작업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사고 지점은 대도로 변에서 3∼4㎞ 떨어진 임야지대다.
조천읍과 남원읍을 연결하는 남조로에서는 사고 현장까지 갈 길이 없었다. 유일하게 난 길도 흙과 자갈로 된 비포장도로로, 20∼30분을 꼬불꼬불하게 들어가서야 사고 지점 근처로 갈 수 있었다.
그런 데다 탑승자들은 사고 지점을 제대로 알지 못해 119구급대가 현장까지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구급대는 신고 1시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부상자들이 병원에 옮겨지는 데에도 30여 분이 더 걸렸다.
이 사고로 조종사 김씨가 심정지 상태로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12명이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쳤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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