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료원, 성추행 피해호소에도 눈 감고 보고조차 안 해

입력 2018-04-12 14:21  

영월의료원, 성추행 피해호소에도 눈 감고 보고조차 안 해
피해자 보호는커녕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 알려 2차 가해
강원도 인권센터·경찰·노동부 조사에도 상급자에게 보고누락


(영월=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 영월의료원에서 남성 상사들이 여직원들을 상습 성추행·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와 관련해 수사·행정기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내부 보고조차 하지 않아 의료원장이 뒤늦게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희롱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은 물론 피해 사실에 대한 비밀유지도 되지 않았고, 보고누락 등 성실복무 의무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12일 영월의료원 내 성희롱에 관한 강원도 인권보호관 결정문을 보면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구제 신청, 경찰 고소, 고용노동부 진정 등을 하고 각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내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의료원 성폭력 실태를 폭로한 김모(30·여)씨는 내부 고충처리절차에 불신을 느끼고 지난해 12월 도 인권센터 등 세 기관에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내부 보고는 없었고, 인권보호관이 의료원 간부에게 연락하고서야 의료원장 등이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씨는 같은 팀 상사 조모(41)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초기였던 8월 초 인사 노무 담당자 홍모(49)씨에게 내부 고충처리절차를 상담했다.

그러나 홍씨는 여성 관련 성 고충상담 처리절차에 지정된 상급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조씨와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 심모(56)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심씨가 곧장 남성 직원들만 모아 "김씨가 외부에 알리려 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김씨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2차 가해가 발생했다.
김씨로서는 의료원이 사건 해결을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다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는 기분과 불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권보호관은 가해자 이격 조치가 미흡했고 고충처리 절차 부실 등 성희롱 관련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홍씨를 비롯한 담당자들이 직무상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초 김씨가 홍씨에게 상담해 의료원 내 고충상담 처리절차가 일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음에도 상담 사건을 노출한 홍씨가 피해자 신변보호와 비밀보장에 대한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봤다.
이 사건과 관련해 영월의료원은 이날 홍씨와 심씨를 직위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씨는 9일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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