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같은 연출과 트렌디한 소재 힘입어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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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김강우의, 김강우에 의한, 김강우를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 TV 토요극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오작두로 분한 배우 김강우(40)가 '여심'을 꽉 잡았다.
여기에 주말극이 아닌 평일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연출과 비혼 등 트렌디한 소재로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꾸린 덕분에 드라마 자체도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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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하지만 가볍지 않은 오작두…'맞춤옷' 입은 김강우
첫회 7.9%(닐슨코리아)에서 12회 12.7%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린 데는 김강우의 공이 가장 컸다.
김강우는 데뷔작 '해안선'(2002)을 비롯해 영화 '실미도'(2003), '무적자'(2010), '돈의 맛'(2012), '사이코메트리'(2013),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 '카트'(2014), '사라진 밤'(2018), 그리고 드라마 '골든 크로스'(2014), '실종느와르M'(2015), '써클: 이어진 두 세계'(2017)까지 주로 무게 있는 장르극에 출연해왔다.
그러나 그는 '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해 데뷔 후 17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작두는 순수함과 진지함, 거친 매력과 섬세함을 자기도 모르는 새 능숙하게 오가는 캐릭터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사근사근하기보다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경상도 남자에 가깝다. 하지만 열심히 모은 일당으로 프러포즈용 반지도 사고, 박력 있게 키스할 줄도 아는 남자니 한승주(유이 분)는 물론 여성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
서울 토박이인 김강우의 거친 듯 낮은 목소리는 오작두만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아울러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다부진, 딱 오동나무 베기에 적합할 것 같은 신체조건 역시 그를 온전히 오작두로 보이게 한다. 멜로 연기를 할 때는 깊은 눈빛에 더해 평소에는 촌스러운 수염이 오히려 로맨틱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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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의 소속사 킹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5일 "김강우에게 큰 도전이었다. 주말극 자체가 처음이라 그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 같더라"면서 "오작두의 순수한 매력, 그리고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캐릭터에 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후배에게 촬영 전 사투리 '코치'를 받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속사는 전했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백호민 PD 역시 "김강우가 그동안 남성성이 극대화된 캐릭터를 자주 보여줬지만 전 그의 깊은 눈에서 의외의 순수함을 발견했다. 촌스럽지만 매력적인 오작두를 가능하게 한 것은 김강우다. 그리고 그는 실제 오작두처럼 편안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강우 외에 주말극을 통해 '맨홀'의 부진을 털어낸 유이, 물오른 미모와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 한층 폭넓어진 표현력으로 호평을 받는 한선화, 특유의 코믹함으로 승부 중인 정상훈도 각자 제 몫을 다하며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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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담은 소재와 '청정' 연출로 '입소문'…화제성도 잡아
'데릴남편 오작두'에는 출생의 비밀, 불륜 등 흔히 보이는 주말극의 '막장' 요소는 없다.
대신 '비혼주의'였다가도 '데릴남편'을 고민해야 할 만큼 여성이 혼자 살아가기 위험하고 버거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도시인들이 원하는 '무공해 산골'에서의 라이프도 그리며 '힐링'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더불어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 역시 호평받는 포인트다. 주말극이지만 총 24부작으로, 늘어지지 않는 전개도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이러한 장점을 등에 업고 시청자들 사이 입소문으로 안정적인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역시 잡았다. 방송 초반 CJ E&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 순위에서는 11위로 진입하기도 했다.
백호민 PD는 "우리 드라마는 그동안 흔히 볼 수 없던 '착한 드라마'이다. 여기에 직장인 여성을 대표하는 한승주, 뚝심과 진정성 있는 오작두 등 신선한 캐릭터들의 조합이 힘을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의 경우 세트 촬영은 타 드라마보다 3배 정도의 녹화시간을 들여 촬영한다. 야외에서도 배우들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카메라를 동시에 여러 대 돌린다"며 "이제 반환점을 돌았는데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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