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떨어질지 몰라" 쌀값 급등에도 영농철 농민 '근심'

입력 2018-04-13 08:10   수정 2018-04-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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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떨어질지 몰라" 쌀값 급등에도 영농철 농민 '근심'

생산량 감소·정부 매입량 확대로 쌀값 작년보다 33% 상승
쌀 생산조정제 신청 저조 등 수확기 가격폭락 되풀이 우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청주시 오창읍의 김모(60)씨는 모내기를 한 달가량 앞둔 논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매년 봄만 되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쌀값을 보면서 언제까지 논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올해는 산지 쌀값이 큰 폭으로 올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농사를 짓기 전부터 수지 타산이 걱정되는 것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최근 쌀값이 급상승했지만 2014년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마저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쌀값이 계속 떨어지기만 해 수입이 줄었을 뿐 아니라 평생 업으로 삼아왔던 논농사가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최근 쌀값이 몇 년 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올가을에도 이런 가격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아무리 풍년 농사를 지어도 쌀값이 떨어지면 그만인데…"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부터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80㎏ 기준)은 17만1천376원이다. 작년 이맘때 12만7천952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9%가 오른 것이다.
2013년 8월 17만6천903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해 6월 12만6천원을 찍은 뒤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쌀이 대량 공급되는 가을철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작년은 최근 10년간 수확기에 쌀값이 하락하지 않은 유일 해로 기록됐다.
이런 현상은 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정부의 시장격리용 매입량 확대로 재고가 부족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97만1천t으로 최근 몇 년간 생산량이 많았던 2015년(432만7천t)보다 8.3%가량이 줄었다. 전년(419만7천t)과 비교해도 22만6천t 감소한 것이다.
<YNAPHOTO path='AKR20180412126500064_02_i.jpg' id='AKR20180412126500064_0201' title='정부 공공비축미 [연합뉴스 자료사진]' caption=''/>

정부는 지난해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쌀을 시장격리용으로 매입했다. 2010년 시장격리용이 8만6천t이었으나 지난해는 37만t에 달했다.
2016년(29만9천t)과 비교해도 7만t이 넘는 쌀을 더 매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쌀 재고도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을 기준으로 농협의 쌀 재고가 전년보다 29.4%가 줄었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재고는 41.5%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가 수급 조절을 위해 보관했던 공공비축비를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쌀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 신청 실적이 지난 6일까지 올해 목표(5만㏊)의 41.8%인 2만923㏊에 그치고 있다.
결국, 올가을에 또다시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가격 하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농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 실적이 목표의 50% 수준에 그치면 15만t가량의 초과 공급물량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쌀값이 앞으로 어떤 수준에서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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