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비가 준 약과 술 먹고 당했다…유죄판결 받는 것 보고싶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1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노리스 타운에서 열린 미국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0)의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는 피해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중년이 된 이들은 당시 코스비가 인기 스타에 빠져 도움이나 직업을 구하는 젊은 여성을 농락했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스비가 준 약이나 술을 먹고 의식을 잃었으며 어떤 말이나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1982년 24살이었던 전직 바텐더 재니스 베이커-키니는 "나는 성폭행당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코스비가 준 약이 진정제의 일종인 퀘일루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켈란 라샤는 증언을 하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사건 당시 17살로 모델과 배우를 꿈꾸던 라샤는 코스비가 당시 감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항히스타민제와 이탈리아 술인 아마레토 두 잔을 줬으며, 그것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된 뒤 코스비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라샤는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헉스터블 박사님 왜 이러세요. 당신은 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잖아요'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코스비는 그의 히트작인 '코스비 쇼'에서 모범적인 아버지상인 클리프 헉스터블 박사 역을 연기한 바 있다.
배우를 꿈꾸던 여성 토머스도 24살 때 에이전트 주선으로 연기 지도를 받기 위해 코스비를 만났으며, 술 취한 여성 연기를 연습할 당시 코스비가 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고 밝혔다.
토머스는 코스비가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면서 "연쇄 성폭행범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비의 재판은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여성이 잇따라 미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코스비와 피해 여성 간 합의로 법망을 피했지만, 2004년 모교인 템플대학 여자농구단 코치로 일하던 안드레아 콘스탄드가 당한 사건은 지난해 공소시효 만료 직전 검찰의 기소로 법의 심판대에 놓였다.
그러나 작년 6월 배심원단이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재판은 심리 무효로 종결됐으며 검찰의 재심 요청으로 이달 초 2차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코스비가 콘스탄드 사건 훨씬 전부터 성범죄를 벌였다는 사실을 피력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코스비의 변호인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약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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