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보증국 러시아가 우리 영토 점령…미국·영국은 우려만 표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했던 예전 핵강국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위인사가 핵 포기 결정이 역사적 실수였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R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우리의 국가안보실장 격)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여러 사건이 일어난 뒤에 우리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핵무장 포기는 우리의 역사적 실수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졌던 안전 보장 약속은 해당 각서의 종잇값만도 못하다"면서 "현대 세계에서 약자의 견해는 존중되지 않는다. 각자는 자신의 힘에만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핵 강국들의 안전과 영토적 통합성 보장에 대한 대가로 세계 3대 핵전력을 넘겼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핵무기를 건넨 러시아는 우리 영토의 일부를 점령하고 우리나라 동부에서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다른 (안전 보장) 보증국들은 단지 우려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핵포기 각서에 보증국으로 서명했던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며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고, 역시 보증국 역할을 맡았던 미국과 영국은 이런 러시아를 억제할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투르치노프의 뒤를 이어 우파 민족주의 정당인 '우크라이나 급진당' 지도자 올렉 랴슈코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핵포기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실수였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피로써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수는 인정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잡을 필요도 있다. 우크라이나엔 이를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의지와 국가 이익에 대한 이해만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핵무장을 제안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체결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1996년까지 보유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보유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우크라이나에선 그러나 양해각서 서명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 공화국을 병합하면서 약속을 위반한 것과 관련, 각서를 파기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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