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과실로 몰고 간 선제적 발표에 제동 걸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X 사망 사고 조사에서 테슬라를 배제했다고 블룸버그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TSB의 이례적인 이번 결정은 테슬라가 사고 원인이 전적으로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것처럼 선제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위원회의 조사 지침을 침해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고 조사에 관여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로버트 섬월트 NTSB 위원장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배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NTSB의 규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8세 남성 운전자가 몰던 테슬라 모델X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북부 101번 고속도로 남쪽 방향 실리콘밸리 구간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고 다른 차량 두 대와 연쇄 충돌한 뒤 발화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했으며, 전면 후드 부분이 휴짓조각처럼 구겨진 모델X 사고 사진이 공개되면서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는 등 후폭풍이 컸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운전자는 도로 분리대와 충돌하기 전 150m 떨어진 상태에서 약 5초 동안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자율주행 모드 작동 사실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차량 기록 분석 결과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운전자는 앞서 운전대에 손을 올리라는 음성·시각 경고 사인을 몇 차례 받았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설명은 운전자가 경고를 받고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테슬라의 이같은 성명 발표가 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테슬라는 투명성 보장 차원에서 자율주행 모드 작동과 운전자 상태에 대해 공개한 것이라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체의 발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NTSB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 조사에 대해 NTSB 국장 출신의 교통안전 전문가 피터 고엘즈는 "NTSB는 조사의 공정성에 의해 신뢰를 지켜야 하는 기관이다. 조사에 관여하는 모든 당사자는 정해진 룰을 따라야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번 사고 조사 결과에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조사 결과가 회사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야심 차게 내놓은 신형 SUV 모델X 사망 사고에 이어 볼트 부식에 따른 세단 모델S 대량 리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고, 헤지펀드 빌라스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존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가 넉 달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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