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892년 미국 멕시코주의 한적한 농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로잘리(로자먼드 파이크 분)는 갑자기 들이닥친 포악한 인디언 부족 코만치족에게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을 잃고 가까스로 홀로 살아남는다.
영화 '몬태나'는 한 가족이 잔혹하게 몰살당하는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증오의 출발점이자, 로잘리가 앞으로 감내해야 할 시련과 고통의 처절한 서막이기도 하다.
이곳 멕시코주에는 가슴에 증오를 품고 사는 한 남자도 있다. 황량한 군사기지에서 20년 넘게 미 연방군에 복무해온 조셉(크리스천 베일)이다. 그는 제대 전 마지막 임무로 인디언 부족의 족장 옐로우 호크를 고향 몬태나주까지 호송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호크는 연방군의 포로로 잡혀 오랫동안 갇혀 지냈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 연방군은 호크를 인도적 차원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문제는 조셉과 호크는 철천지원수 사이라는 점. 조셉은 호크의 손에 절친한 동료를 여럿 잃은 뒤 그를 증오해왔다. 처음에 호송 명령을 거부하던 조셉은 결국 그의 천적과 1천 마일의 여정을 떠나고, 도중에 농가에 홀로 있던 로잘리를 만나 여정을 함께 한다.
이 영화는 개척기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말을 탄 총잡이가 등장하는 웨스턴 무비다.
그러나 영웅담보다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증오, 복수, 구원, 용서와 같은 심오한 주제에 더 무게를 싣는다. 광활하고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이들의 고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선과 악, 적과 아군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인간의 본성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셉 일행의 면면부터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다. 과거 인디언 소탕에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린 군인, 반대로 인디언을 학살한 죄로 교수형을 앞둔 군인도 있다. 똑같이 인디언들을 죽였지만, 한 명은 전설적인 영웅, 한 명은 살인자 취급을 받는다. 군인들에게 당한 대로 앙갚음을 했던 인디언 족장과 그 가족까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선을 긋기가 힘들다. 다만, 영화는 인디언의 땅을 강제로 빼앗은 백인들로부터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됐음을 여러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짚고 넘어간다.
서로에게 적대적이던 이들은 포악한 인디언 부족과 모피 사냥꾼과 같은 공동의 적을 만나자 손을 맞잡는다. 그 과정에서 조셉은 인디언에 대한 적개심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로잘리 역시 인디언 손에 가족을 잃었지만, 호크 가족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극한의 순간에서도 끝내 '사람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마침내 그들이 몬태나에 도착했을 때,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진다.
영화의 원제는 '적들'을 의미하는 'Hostiles'이다. 이 작품은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디언 문제와 용서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지난해 9월 개봉한 '윈드 리버'(테일러 쉐리던 감독)를 떠올리게도 한다.
주연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과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둘 다 미국 언론들로부터 '인생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스콧 쿠퍼 감독은 친구인 크리스천 베일을 위해 이 각본을 썼다고 한다. 오랜 전투를 치르면서 감정을 봉쇄당한 조셉 대위의 황망하면서도 슬픈 표정은 오랫동안 잔상을 남긴다. '나를 찾아줘'로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로자먼드 파이크 역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온몸으로 연기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4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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