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외무장관 "탐사 시작 임박…기술·법률적 문제 논의 중"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국제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자원을 공동개발하려는 중국과 필리핀의 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함께 홍콩을 방문한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자원에 대한) 탐사 시작이 임박했다. 지난 2월 합작사업의 기술적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패널을 구성한 데 이어, 탐사 과정에 대한 법률적 틀을 마련하고자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을 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석유 탐사를 위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며, 양국이 합작투자 형태로 공동탐사를 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고, 연간 해상물동량이 3조4천억 달러(약 3천640조원)에 이르는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자원 영유권 등을 놓고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도 아키노 전 행정부 때까지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2016년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친중국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중립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카예타노 외무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외교적 중립성'이라는 실용적 접근법과 영해 분쟁을 전반적인 외교적 유대와 분리하는 접근법은 필리핀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 많은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키노 전 행정부의 전략에 따라 큰소리만 친다면 국제무대에서 영웅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국이 (남중국해 섬에) 시설들을 계속 짓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중국해 해역의 8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피어리 크로스 암초, 수비 암초, 미스치프 암초 등 7곳을 인공섬으로 조성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을 계속 설치하고 있다.
카예타노 장관은 "우리의 '레드 라인'은 스카보러 암초를 포함한 무인 해역으로, 중국은 스카보러 암초에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며 "이는 양국 협력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분쟁 해역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데 있어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직접 당사자가 아닌 미국을 포함해 모든 관련국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 군함을 잇달아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카예타노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이른바 '방어 시설'을 짓는 것은 옳지 않지만, 서구 해양 강대국이 (남중국해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이해할만하다"며 중국을 편들었다.
그는 "두테드테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분을 생각하면 양국의 관계는 더욱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공통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원하며, 상호 분쟁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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