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3조7천억원 고속도 건설 연기…파키스탄 등 국가부채비율 급등
IMF 총재, '일대일로 부채' 경고…"지속불가능 사업에 자금지원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몽'(中國夢·중화 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며 추진하는 신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둘러싸고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중국은 이 야심 찬 사업의 실현을 위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에 기대어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수혜국들이 빚더미에 빠지고 자칫 '경제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과도한 빚 부담 때문에 인프라 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대일로 수혜국들의 부채 확대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케냐에서 수도 나이로비와 2대 도시 몸바사를 잇는 총사업비 35억 달러(3조7천467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473㎞) 건설사업이 연기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 나라에서 2번째로 큰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사업이지만 중국에서 대부분 조달하는 차관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710억 달러(76조 원)의 경제규모를 가진 케냐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세계은행은 케냐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11∼2012 회계연도 40.6%에서 올해 6월 58%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는 3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일대일로에 8조 달러(8천564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수혜국들의 부채 위험을 지적했다.
이 연구소가 68개 수혜국의 현재와 미래 채무 수준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23개국이 부채 위험 국가로 분류됐다. 특히 파키스탄과 지부티 등 8개국이 요주의 국가로 꼽혔다.
가장 취약한 국가는 파키스탄으로, 일대일로 관련 사업으로 짊어지는 빚은 620억 달러(66조 원)로 추정됐으며 이자율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은 2년 사이에 50%에서 85%로 뛰었다.
스리랑카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받아 남부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지만, 항구 운영 과정에서 적자만 쌓이자 결국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장기 저리로 인프라 개발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엄격하게 차관을 관리하자 이를 피하려고 중국 자금을 선호하는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2일 중국 정책당국자들이 빚 부담이 큰 국가들의 불필요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 자금을 대는데 주의해야 한다며 일대일로로 인한 부채 확대를 경고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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