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계적 비핵화'-美 '일괄타결 프로세스' 사이 접점 찾는 듯
평화협정 체결·북미 수교 등 거론에 "긍정적 시그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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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가 '정부 나름의 비핵화 해법'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구상은 전체의 판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기자들을 만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주목하는 부분은 비핵화 논의의 방향과 구체적 방법을 놓고 견해차가 큰 북미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인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단시간 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일괄타결식 프로세스'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자의 구상만을 고집하면 비핵화 과정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전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원로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과 북한이 회담에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간극은 존재한다"며 "이를 좁히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전격 방문해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회동한 것도 '간극'을 좁히는 과정의 하나로 분석된다.
정 실장은 12일(현지시간) 귀국 직전 워싱턴에서 일부 특파원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도 중요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도 중요하기 때문에 두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는 방안,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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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로서는 북한과 미국이 모두 수용할 만한 내용으로 비핵화 과정을 밟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론'은 핵폐기 단계로 직행하자는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은 데다 북한을 자극해 전체 판을 흔들 우려가 있다. 핵능력이 고도화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확률도 매우 낮다.
그렇다고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따르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또다시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일단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비롯한 여러 이슈를 놓고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베를린 선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와 함께 평화체제 구축,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묶어 포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청사진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로 비핵화에 반대의 뜻을 밝히지 않은 데다 미국 역시 이번만큼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임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포괄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교가에서는 이미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 접촉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등을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로 제시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내놓을 일종의 '보상안'을 준비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언론에 전해진 북한의 요구사항 중 '주한미군 철수'가 빠진 것 등은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접촉 사실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비핵화 이행 과정과 관련해 어느 정도 북한과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까지 약속한다면 정부는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더 크게 점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합의에 따르는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을 어떻게 이행하느냐다.
과거의 비핵화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합의 이행은 철저하게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상들이 공동선언 형태로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인하고 핵폐기 단계까지 규정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나면 이를 '행동 대 행동'의 방식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분된 단계를 거쳐서 마지막에 핵폐기를 달성하는 과거의 프로세스가 살라미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의 '시간벌기' 전략에 이용됐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제3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핵폐기까지 이르는 단계가 훨씬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애초에 문 대통령은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지만, 남북미 간 합의 과정에서는 입구와 출구 사이에 세분화한 단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핵동결, 핵시설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전문가그룹의 사찰 등 핵폐기에 이르는 과정에 거쳐야 할 절차들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지난달 31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연설에서 "한꺼번에 줬다가(북한의 요구를 들어줬다가)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라며 합의 사항은 순차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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